[헤럴드포럼-김영철 표적치료연구회장, 화순전남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국내 사망률 1위 암’ 폐암을 해결하려면

폐암은 암 중 치료가 어려운 암으로 꼽힌다. 통계청의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폐암은 최근 13년간(2004~2016년) ‘국내 사망률 1위 암’이라는 오명을 벗은 적이 없다.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병이 진행된 다음에야 발견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가족 중 폐암 환자가 있는 사람, 만성 폐 질환이 있는 사람, 흡연자 등 고위험군은 정기적인 저선량 CT(컴퓨터 단층촬영) 검사를 받으면 조기 발견율이 2.6배나 높아진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폐암을 조기에 발견ㆍ치료해 사망률을 감소시키기 위해 올해까지 2년간 만 55~74세 흡연 고위험군 8000여명을 대상으로 저선량 CT를 통한 폐암 검진 무료 시범 사업을 벌이고 있다. 내년부터는 건강보험의 국가 검진 사업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 환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매번 겪어야 하는 내과 임상의로서, 국가 암 검진 사업에 폐암이 추가되는 것을 환영한다. 실제로 폐암 전문가 18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95%는 국가 암 검진 사업 도입 후 폐암 생존율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진단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의료 기술과 함께 항암제는 괄목할만큼 발전해 왔다. 근래 면역항암제의 등장은 항암 치료 역사상 가히 혁신적 변화를 이끌고 있다. 대표적 예로 폐암의 약 80%를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의 경우 면역항암제가 진행성 비소세포폐암의 1차 치료제로 허가받으면서 항암 치료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국제적 암 표준 진료 지침인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에서도 면역항암제를 새로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권고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3월 면역항암제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허가돼 국내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도 처음부터 생존과 삶의 질 개선을 목표로 치료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지난 수십년간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 시 절반 이상의 환자에게는 항암 화학 요법이 유일한 치료법이었다. 구토, 탈모 등 심각한 부작용을 경험한 환자 중 치료를 중도 포기하거나 사망하는 환자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같은 환자에게 항암 화학 요법 대신 면역항암제를 먼저 사용하면 전체 생존 기간이 2배 이상 연장되고 치료 과정 시 고통, 삶의 질까지 개선된다는 사실이 최근 확인되면서 면역항암제는 환자의 일상 유지를 가능하게 하는 표준 치료 요법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국가 주도 보험 제도 기반인 우리나라에서는 현실적으로 보험 급여없이 환자에게 처방되기 어렵다. 가령 1차 치료에서 면역항암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되는 환자라 해도 고가의 치료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실제로 보험 급여가 가능한 2차 면역항암제 치료를 위해 일반 항암 화학 요법을 견디다 치료를 포기하거나, 결국 병이 진행돼 생을 마감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 더 좋은 효과가 기대되는 치료가 있음에도 급여가 가능한 항암 화학 요법을 우선 시행할 수 밖에 없는 현실 탓이다.

폐암 정복을 위해선 조기 진단을 위한 국가 검진과 함께 이미 병이 진행된 후 발견된 대부분 폐암 환자의 치료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