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복기 5일가량…손씻기 등 개인위생 준수
연일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휴가를 이용해 바닷가로 가거나, 일상 중 짬을 내 인근 수영장으로 가는 사람도 많이 보인다. 하지만 요즘 같은 시기 쉽게 걸릴 수 있는 눈병 중 하나가 유행성 각결막염이다. 더위를 피해 해수욕장, 워터파크 등으로 사람이 몰리면서 환자가 다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피하고 손 씻기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이 예방의 지름길이라고 전문의들은 조언한다.
19일 질병관리본부의 안과 감염병 표본 감시 체계(전국 의료기관 92곳 대상)에 따르면 올해 27주(이달 1~7일) 외래 환자 1000명 중 22.3명이 유행성 각결막염 의심 환자로 분류됐다. 26주(지난달 24~30일ㆍ21.8명)보다 2.2% 증가한 수치다. 올해 유행성 각결막염 의심 환자는 15주(지난 4월 8∼14일ㆍ16.8명) 이후 계속 증가, 22주(지난 5월 27~6월 2일)에 25.3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계속 환자 수가 줄어들다, 다시 증가한 것이다.
27주 의심 환자를 연령별로 보면 0∼6세가 1000명당 93.4명으로 가장 많았고, 7~19세(45.7명), 20세 이상(16.3명) 등의 순이었다. 방학, 휴가 등을 이용해 물놀이를 즐긴 영유아, 청소년, 젊은 층 사이에서 환자가 많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유행성 각결막염은 해수욕장, 계곡, 수영장처럼 사람이 많이 모이고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곳에서 특히 주의해야 한다. 이 병은 아데노바이러스에 의해 발병되는 질환으로 증상이 심하고 전염성이 매우 높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충혈, 눈꺼풀 부종, 눈곱, 눈물 흘림이 있다. 심하면 각막을 침범하여 심한 통증과 함께 눈 뜨는 것이 힘들어지고 시력 감퇴까지 올 수 있다.
황제형 인제대 상계백병원 안과 교수는 “사람이 많은 곳에 다녀온 이후 충혈, 이물감,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눈곱이 끼는 증상이 있으면 의심해 봐야 한다”며 “잠복기가 대개 5일 정도로, 환자가 전염 경로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고 했다.
유행성 각결막염은 보통 양쪽 눈에 나타나지만, 한쪽만 발병할 수도 있다. 통상 먼저 발병한 눈에 더 심한 증상이 발생한다. 결막염은 대개 3~4주 정도 지속되고 모든 연령대에서 발병한다. 특히 소아에서 더 높은 발병률을 보이고 증상도 심하다.
이에 대해 황 교수는 “성인의 경우 증상이 눈에 국한되지만 소아의 경우 두통, 오한, 인두통, 설사 등을 동반할 수도 있다”며 “아이들은 면역력이 떨어져 같은 병원균에 대해 저항할 수 있는 힘이 약해 여름철 전염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식ㆍ라섹 수술을 받은 환자는 3개월간 자외선을 차단하면서 유행성 각결막염 같은 눈병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
황 교수는 “유행성 각결막염을 방치하고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표층 각막염, 각막 상피 결손, 상피하 침윤 등이 생겨 각막 혼탁과 시력 저하가 발생해 영구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치료 중 충혈이나 눈곱이 끼는 증상이 호전 돼 임의로 치료를 중단해도 각막 상피하 혼탁이 발생해 시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상윤 기자/k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