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이르면 오는 2022년부터 국내 소비자가 해외에서 직접 물건을 구매할 때 연간 면세 한도가 생길 전망이다.
1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관세청이 제기한 면세 한도 설정 필요성에 일정 부분 공감하고 관련 건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내 소비와 역차별 문제나 내수 활성화 차원에서 해외직구 면세 한도를 두는 게 논리적으로 타당한 측면이 있다"면서 "다만 지금보다 세 부담이 늘어나는 경우도 있으니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관세청은 우선 내년부터 해외직구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적정 한도를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해외직구 면세 한도는 금액 또는 횟수 기준으로 둘 수 있는데 현재 관세청의 기본 입장은 금액에 한도를 두는 방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올해 12월부터는 해외직구 시 개인통관 고유부호 제출이 의무화되는 만큼 더 정확한 해외직구 데이터 축적이 가능해진다.
관세청 관계자는 "개인통관 고유부호가 의무화된 후 내년 1년 정도 데이터를 모아 일반적인 소비자들이 평균적으로 얼마 정도를 (직구로) 구매하는지, 적정 한도가 어느 정도인지 들여다볼 것"이라며 "적정 금액 기준은 내후년에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어 "기재부와의 협의를 거쳐 오는 2022년 정기국회 때는 관련법이 개정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 소비자는 개인 소비용 해외 물품을 직구할 때 물품 가격이 150달러(미국은 200달러) 이하인 경우 관세와 부가가치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 즉 우리 돈으로 17만원 정도의 소액으로 개인이 쓰기 위한 해외 물품을 구매할 경우에는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단 누적 거래 한도는 없다. 한 번에 150달러라는 한도만 지킨다면 이론적으로는 1년에 수백, 수천달러어치를 해외에서 사들이더라도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비정상적인 거래도 발생하는 상황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관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해외 물품을 개인 소비용으로 직접 구매해 들여온 직구 이용자 상위 20명(건수 기준)의 월평균 구매 횟수는 70.9회로 집계됐다. 특히 가장 많이 해외직구를 이용한 A씨는 월평균 236회에 달했다.
일부 직구족이 개인 사용 목적으로 위장해 세금 혜택을 받고 물품을 수입한 뒤 되판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이들 가운데 대부분은 직구 시 면세를 적용받았다. 올해 8월까지 직구 건수 상위 20명이 국내로 들여온 물품 1만1342건 가운데 79.2%인 8978건이 면세로 들어왔다. 이에 따라 정상적인 직구 범위를 벗어난 상거래의 경우 면세 한도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노석환 관세청장은 14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관세청 국정감사에서 박홍근 의원의 관련 질문에 "개인 해외 직접구매에 연간 한도(면세 한도)를 설정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실제로 중국의 경우 해외직구 시 소액 물품의 연간 누적 거래 한도(2만6000위안, 약 443만원)를 설정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의 경우 부가세 면세 한도를 폐지해 소액 물품에도 모두 부가세를 매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