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지나고 급등세 본격화
5억원으로 서울서 전세도 못구해 ‘차라리 사자’
‘이 가격에 팔릴까’하면 또 신고가 나와
집주인 배액배상 파기해 매물 거둬들이기도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몇 주 전 운양동 롯데캐슬 34평을 5억4000만원에 계약서를 썼습니다. 그런데 집주인이 다른집들 호가가 7억까지 오르니까 계약을 파기하자고 합니다. 계약금을 6000만원 넣었는데도 배액배상하겠다네요.”
10일 김포 한강신도시에서 집을 매수계약했던 A씨에게 실제 일어난 일이다. 김포에선 지금 실수요자들의 막차 수요로 호가가 오름과 동시에 매도자들이 내놨던 집을 거둬들이고 있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운양동 A공인 대표는 “9월부터 김포에 온 사람들은 다 실거주자”라며 “서울에서 전세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차라리 사자’ 싶어서 몰린 거다”고 말했다.
그는 “매도인들은 이때다 싶어서 가격을 올리고요. 근데 몇주전까지만 해도 저도 ‘설마 이 가격에 팔릴까’ 했는데 그게 팔리더라구요. 6월 이전과 비교하면 거의 모든 아파트가 최소 1억은 올랐다고 보면 됩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올해 서울 거주자의 경기도 아파트 매입은 역대 최고치다. 11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거주자의 경기도 아파트 매입한 건수는 3만3695가구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가장 많다. 고양·남양주·김포시 순으로 많이 사들였다.
지난 9월 김포시 매매거래 1729건 가운데 김포시 이외 거주자가 701건으로 40%를 차지했다. 외지인 거래 중 서울 거주자는 468건으로 6월 이후 가장 큰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공인중개업소에서 만난 30대 직장인 김 모씨(서울 거주)는 “서울에 4~5억이면 방한칸짜리 오래된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외곽 아파트 겨우 살 수 있는데, 김포에선 그래도 준신축에 방 세칸 짜리 아파트를 살 수 있지 않나”라며 매수 의사를 밝혔다.
김 씨 외에도 공인중개사엔 6억원 이하 집을 찾는 매수 상담 전화가 이어졌다. 김포는 지난 6·17 대책에서 규제지역 지정을 피했기 때문에 6억원 이하까지는 자금조달계획서를 내지 않아도 된다.
본격적인 급등세는 10월 첫째주 추석 이후에 이어졌다. 운양동 B공인 대표는 “반도유보라2차아파트 59㎡(이하 전용면적)가 10일 현재 전세가는 3억4000만~3억5000만원에 맞춰져 있는데, 추석 전에 체결된 임차계약은 2억4000만~2억7000만원이어서 한 달새 1억원 올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는 1500가구 가까운 대단지인데 나와 있는 매도물량은 열 채도 안된다. 최소 5억2000만원에서 선호되는 동과 층수는 6억원까지도 부르고 있다.
운양동 대장주로 불리는 롯데캐슬은 매물이 거의 없다. B공인 대표는 “소개시켜 드리고 싶어도 집주인들이 다 보류하겠다고 해서 매물이 없다”며 “네이버부동산 등 포털에는 매물이 많은것처럼 나오지만, 거의 다 중복 매물”이라고 귀띔했다.
1700가구 규모의 래미안2차 아파트도 매물이 손가락으로 셀 정도로 적다. 68㎡, 70㎡ 매맷값은 평균 5억5000만원, 84㎡는 6억3000만~6억8000만원 정도에 형성돼있다. KB시세도 6억원까지 따라잡은 상태다. 이 아파트를 주로 중개하는 공인중개사는 “지금 배액배상 파기가 많기 때문에 이 집을 꼭 잡고 싶다면 중도금을 먼저 넣는게 좋다”고 조언했다.
한편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10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 출석해 “7·10 대책으로 규제지역을 확대하니 투기자본들이 이들 지역을 피해 지방 광역시를 중심으로 한 도시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는 걸 통계 수치로 확인하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최근 경기 김포를 비롯해 부산, 충남 천안 등 비규제지역의 집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는 점을 고려한 발언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포 아파트를 보러온 30대 박 모 씨는 “서울 전세난이 너무 심각해서 1시간30분 통근시간까지 감내하면서 김포를 알아보는 중인데, 나를 비롯한 이런 사람들을 투기꾼으로 모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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