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매년 반복되던 유튜버 동물학대…결국 또 터졌다”
길고양이를 잔인하게 학대하는 영상을 올린 유튜버에 대한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해당 유튜버는 고양이 목을 매단 사진으로 채널 프로필 사진을 해놓고, 케이지 속에서 고양이들을 괴롭히는 영상을 수차례 올렸다.
유튜브에서 동물학대 논란이 불거진 건 처음이 아니다. 문제가 된 유튜버들에 대한 청원이 매년 반복되고 있으나, 문제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동물학대 영상 업로드 자체를 사전 방지해야 한단 목소리가 나온다.
“고양이 네발 테이프로 동동”…국민청원까지
22일 동물자유연대 등 보호단체 및 동물 관련 유튜브 채널에 따르면, 최근 유튜버 A씨는 자신의 채널을 통해 길고양이를 포획틀에 가두고 학대하는 영상을 수차례 게재했다.
해당 채널에는 4개의 고양이 학대 영상이 올라와 있었다. 각 영상에서 A 씨는 의식이 없는 고양이의 입에 나뭇가지를 쑤시거나 고양이의 4개 다리를 테이프로 묶는 등 잔인한 방식으로 학대를 이어갔다. 끔찍한 행위임에도 영상들은 4000~8000회의 조회수를 보였다.
A씨는 동물 학대 행위를 합리화하는 터무니 없는 논리를 채널 소개에 적기도 했다.
채널 정보에서 “짐승을 죽이면 살인마라는 주장은 인본주의 거짓과학”이라며 "야생 고양이를 죽인다고 살인마와 똑같이 취급하는 사람이 오히려 살인마다. 외래종 유해조수로부터 생태계를 지키는 선량한 사람을 정죄해 똑같이 죽이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해당 채널 계정은 해지된 상태다. 현재 경찰은 동물자유연대의 고발 내용을 바탕으로 해당 유튜버를 특정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2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해당 유튜버를 처벌해달라는 청원도 올라왔다.
‘길냥이 학대 유튜버 수사 착수와 처벌 요청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청원인은 학대 영상이 담긴 주소와 함께 “길냥이를 불법 포획해 잔인하게 학대하는 영상을 연속 게재하고 있는 유튜버”라고 지적했다.
그는 “동물을 잔인하게 학대하는 사이코패스들은 예비 살인마다. (이 유튜버는) 동물 학대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는 정신질환자”라며 “더 이상의 범죄 피해자가 발생 하지 않도록 신속한 수사 진행과 엄중 처벌을 청원한다”고 촉구했다.
해당 청원은 올라온지 이틀만에 5만 5000명이 넘는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유튜브 인기 동물 콘텐츠 중 20%에 학대 포함…사전 방지해야
유튜브에서는 동물 관련 크리에이터와 콘텐츠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귀여운 동물을 앞세워 조회수와 구독자수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중 일부는 학대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지난 8월 동물권단체 카라가 유튜브 내 동물 키워드 영상 중 인기 많은 상위군을 모니터링한 결과, 전체의 약 20%에 동물을 학대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잔인한 동물학대 유튜버 문제도 거의 매년 불거지고 있지만 해결은 쉽지 않다.
불과 몇개월 전인 지난 7월에는 ‘고양이 사냥꾼’이란 이름으로 고양이를 학대하는 영상을 전문으로 올리는 채널이 생겨 네티즌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에는 한 유튜버가 실시간 방송 중 자신의 고양이의 성기를 만지며 성적 학대하고 때려 고발장이 접수됐다.
다른 게임 유튜버는 생방송 중 자신이 키우는 개를 패대기쳐 바로 신고됐지만,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내 개 내가 때리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반응을 보여 공분을 샀다.
이번 영상을 포함해 문제가 된 동물학대 영상들은 동물보호법상 처벌받을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AI 등으로 걸러내기가 어려워 아무 제재를 받지 않은 채 공개 노출되고 있다. 일부 이용자들의 신고가 이뤄지거나 공론화가 돼서야 뒤늦게 영상이 삭제되거나 계정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이에 일부 악성 유튜버들은 동물학대를 아예 콘텐츠로 삼아 영상을 올리고 신고를 당하면 잠시 몸을 사린 뒤 다시 새로 계정을 만드는 식의 만행을 반복하고 있다. 이에 이용자들은 동물 학대 영상 업로드 자체를 방지할만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