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 살 집은 충분한데…정부 대책은 ‘호텔방 리모델링’ 등
소형 오피스텔 인기 뚝…중대형 ‘아파텔’은 매매·전세 모두 상승
빌라도 투쓰리룸 월세는 상승세…대학가 원룸은 공실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지난해 4분기 서울과 수도권의 전세난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주거안정 방안을 내놨다. 일명 11·19 전세대책에는 호텔이나 빈 상가, 사무실을 개조해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빌라와 다세대주택 중심의 공공전세를 보급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호텔을 리모델링한 청년주택도 언론에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당시 전세난은 1인 가구가 살만한 원룸이나, 빌라 매물 부족으로 생긴 일이 아니었다. 자녀가 있는 3~4인 가구가 아파트 전세매물을 찾지 못해 발생한 일인데 정부가 헛다리를 짚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5일 한국부동산원이 전날 내놓은 2020년 4분기 오피스텔 가격동향조사를 봐도 1인가구가 아닌 3,4인 가구 중심의 전세난이었음을 알 수 있다.
전국 오피스텔 면적 ▷40㎡이하는 4분기 매매가격이(3분기 대비) 0.16% 하락했다. 40㎡ 이하는 소형평수로 1인 또는 2인 가구에 적합한 크기다.
반면 ▷40㎡초과 ~ 60㎡이하는 0.17% ▷60㎡초과 ~ 85㎡이하는 0.71% ▷85㎡ 초과는 무려 0.97% 상승했다. 3~4인 가구가 거주할 아파트를 대체할만한 중대형 오피스텔 매입 수요가 많아졌다는 뜻이다.
실거주 수요인 전월세 가격동향도 같은 맥락으로 나타난다. 면적이 커질수록 전셋값도 더 많이 올랐다. 전국 오피스텔 면적 ▷40㎡이하의 4분기 전셋값은 3분기 대비 0.48% 상승했지만 ▷40㎡초과 ~ 60㎡이하는 0.68% ▷60㎡초과 ~ 85㎡이하는 1.14% ▷85㎡ 초과는 1.11% 올랐다.
월세도 ▷40㎡이하는 0.21% 상승에 그쳤으나 ▷40㎡초과 ~ 60㎡이하는 0.26%, ▷60㎡초과 ~ 85㎡이하는 0.38%, ▷85㎡ 초과는 0.39% 올랐다.
빌라·다세대도 마찬가지다. 부동산정보업체 다방의 데이터분석센터가 4일 발표한 ‘원룸·투쓰리룸 임대 시세 리포트’를 보면 면적 60㎡ 가량의 방 2~3개짜리 빌라의 평균 월세는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 연속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반면, 33㎡ 이하 1인용 소형 원룸의 평균 월세는 오르지 않고 보합세만 유지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방 데이터 분석 센터 관계자는 “전세난이 지속되면서 투·쓰리룸 매물의 월세는 지속적으로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대학생, 미혼 직장인들이 주로 찾은 원룸 월세의 경우 온라인 수업, 재택근무 등이 장기화되며 전반적으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020년 전국 주택의 전셋값은 2019년 말보다 6.54%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12.25%나 올랐다. 2021년에도 전세난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021년 전국 전셋값 상승폭이 2020년(4.4%)보다 더 확대된 5.0%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새 아파트 입주량이 줄어 전세매물 공급이 대폭 감소하고, 개정 임대차법 시행으로 임차인 보호조치가 강화되면서, 매물 구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변창흠 신임 국토부 장관은 취임식에서 도심 내 저렴하고 질 좋은 주택을 충분히 공급할 방안을 2월 설 연휴 전에 발표하겠다고도 언급했다. 변 장관이 발표할 예정인 도심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은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저층주거지 등지의 고밀 개발 방안인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공급대책은 실제 이행되기까지 통상 3년여 정도가 걸려 당장의 주거대책이 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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