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이후 4년째 실적 저조
정부, 올들어 주택 공급확대 강조
“정책수단 개선해야” 목소리 나와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문재인 정부 들어 민간 사업자의 주택공급 계획 대비 실적이 저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부터 4년간 계획하고도 공급하지 못한 물량을 단순 계산해도 37만가구가 넘는다. 2년 이상 지연돼 중복으로 계산된 물량을 고려하더라도 1년치 공급량은 훌쩍 넘어보인다.
수요 억제를 중심으로 한 부동산 정책과 주택가격 관리를 위해 도입한 고분양가 관리지역 지정, 분양가상한제 시행 등이 사실상 민간공급을 방해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연초부터 공급확대를 강조하고 나선 가운데 민간의 주택공급을 촉진하기 위한 규제완화 카드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2017년부터 실적이 계획 밑돌아
12일 부동산114 자료를 토대로 지난 10년간 민간주택 공급계획 대비 실적을 분석한 결과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실적이 계획을 밑돌았다. 2011~2016년 공급계획을 초과달성한 것과 확연히 다른 흐름이다.
주택공급이 많았던 시기는 단연 2015~2016년이었다. 민간 건설사는 2015년 30만8337가구 공급을 계획했으나 43만4802가구를 쏟아냈고 2016년에는 계획(31만9889가구)보다 6만여가구 많은 38만584가구를 공급했다. 각각 141.0%, 119.0%의 높은 목표 달성률이었다.
물론 공급이 항상 많았던 건 아니다. 금융위기 이후인 2011~2013년에는 공급 자체가 적었다. 그러나 당시의 시장 여건, 미분양 누적 등을 고려하면 계획 이상의 실적을 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2017년을 기점으로 정부의 기조가 규제 완화에서 강화로 바뀌면서 공급계획 대비 실적의 비중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2018~2019년에는 실적이 턱없이 부족했다. 건설업체들은 2018년 계획(41만7786가구)의 56.5% 수준인 23만5856가구를 공급했고 2019년 계획했던 38만6741가구 중 25만3533가구(65.6%)만 시장에 선보였다. 지난해에도 계획(32만5879가구)의 90.9%를 공급하는 데 그쳤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최근 실적은 금융위기가 끝났을 때와 비슷하다”며 “그때와 달리 지금은 시장도 좋고 신규 주택수요도 많다. 정부의 규제 때문에 실적을 내기 어려운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 연초부터 공급확대 강조…“규제완화 필요”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1일 신년사에서 “특별히 공급확대에 역점을 두고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다양한 주택공급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켜 집값 안정화를 이끌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는 지난해 신년사에서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고강도 규제를 예고했던 것과 비교된다. 주택정책의 방점이 수요 억제에서 공급 확대로 옮겨간 것이다. 실제 국토교통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관리 방식을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건설사의 올해 분양 예정 물량은 39만가구 수준이다. 2015~2017년 인허가가 많이 이뤄져 민간이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이 충분한 만큼 이것만 풀려도 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업계는 전망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서울 도심의 주택 공급 확대를 공언했는데 재건축·재개발을 빼고는 방법이 없다”며 “꽁꽁 묶었던 정비사업에 대한 규제를 선제적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e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