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 “내가 지금 뭘 본 거지?”
음란 성인물 튀어나오고, 실수로 상의 갈아 입는 장면까지. 줌(Zoom) 등 화상회의 솔루션이 전 세계 급속도로 번지면서 크고 작은 소동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줌에 초대받지 않은 외부인이 공격하는 ‘줌바밍’(Zoombombing)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다. 줌 등이 비대면 소통의 대표적 플랫폼이 되면서 각종 부작용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매체 뉴욕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NYPD(뉴욕경찰국) 102구역 커뮤니티 의회가 주최한 줌 회의에서 주(州)의회 여성 의원이 연설하는 도중 성행위 사진 8장이 갑자기 화면에 잡혔다. 12명의 지역주민을 포함 20여명이 줌 회의에 참석한 상황이었다. 여성 의원은 해당 사진이 화면에 띄워진 채 연설할 수밖에 없었다. NYPD는 외부의 단순 침입인지 사이버 공격인지 여부를 단정하지 못했다고 뉴욕포스트는 밝혔다. 이어 NYPD가 새로운 보안 프로토콜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줌을 통한 학교 온라인 수업도 잇따른 외부 공격에 차질을 빚은 바 있다. UCLA(캘리포니아 대학교 로스엔젤레스캠퍼스) 줌 수업 시간에 신원 미상의 침입자가 동성애 혐오 발언을 내뱉고 학생과 교수를 비하하는 발언을 해 수업이 중단됐다.
국내서도 한 고등학교 수업에서 음란물이 나오는 등의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선 일이 있었다.
줌 사용자가 카메라 앞에서 실수로 낯 뜨거운 행위를 거듭하기도 했다. CNN 법률자문 겸 뉴요커 소속 작가 제프리 투빈은 줌 회의 도중 자신의 성기를 노출했다. 회의에 참석한 익명의 제보자는 회의가 잠시 중단됐을 때 그가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거는 듯하더니 손으로 성기를 만졌다고 전했다. 투빈의 음란행위 장면은 8명의 회의 참가자들에게 생생히 전달됐다. 그는 뉴요커에서 정직처분을 받았다. 투빈은 “카메라가 꺼져 있는 줄 알았고 줌 화면에서 내가 보이지 않을 줄 알았다”며 “내가 멍청한 실수를 했다”고 사과했다.
지난해 멕시코 정부 화상회의 당시 한 여성 상원의원이 상의를 벗는 장면도 화면에 그대로 잡혔다. 자신의 모습이 안 잡히는 줄 알고 옷을 갈아입었지만, 그녀가 상황을 파악했을 때는 이미 줌이 모든 장면을 담고 난 뒤였다.
미국 대법원 구두변론이 줌을 통해 진행되는 도중 화장실 물을 내리는 소리가 들리는 경우도 있었다. 참가자가 음소거 버튼을 누르지 않아 발생한 일이었다.
이 같은 일이 반복되자 MIT테크놀로지리뷰는 줌의 잘못된 사용을 ‘2020년 가장 실패한 기술’(The biggest technology failures of 2020)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지난해 4월 에릭 위안 줌 창업자 겸 CEO(최고경영자)는 줌 사용자가 하루에만 2억명(3월 기준) 이상이라고 밝혔다. 줌 플랫폼에 사용자가 대거 유입되면서 사생활 및 개인정보보호 문제가 제기되자 그는 “커뮤니티와 우리 자신의 개인정보 보호 및 보안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사과했다.
줌에는 화상회의 플랫폼에서 악의적인 행동이나 보안을 위협하는 행위를 신고하는 기능이 있다. 회의 도중 혹은 회의가 끝난 뒤에도 신고할 수 있다. 별도 웹을 통해서도 신고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