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손 위에 달랑 들고 가기에 본인이 먹는 건가 했지 보니까 배달족??”
최근 아르바이트나 부담 없는 투잡을 위해 배달업에 뛰어드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서비스업으로서의 기본 소양도 갖추지 못해 시민들로부터 불편한 시선을 받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한겨울임에도 보온가방은 물론 비닐봉지도 없이 손 위에 치킨 상자를 들고 배달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배달 업계에 대한 인식을 안 좋게 한다는 점에서 동종 업자들 사이에서도 지탄을 받는 모습이다.
26일 배달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이용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롱패딩을 입고서 손 위에는 치킨을 들고가고 있는 한 시민의 사진이 화제가 됐다. 글쓴이는 “횡단보도서 신호대기하다가 치킨박스를 들고 있길래 관심이 가서 쳐다봤다”며 “본인이 먹는 것일 수도 있겠다 했는데, 손에 쥔 휴대폰 화면을 보니 배달 플랫폼 지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진 속 상황과 관련해, 해당 게시글 댓글창에는 철저한 준비도, 책임감도 없이 배달에 뛰어든 이들이 주변에 부지기수라는 토로가 이어졌다. 댓글을 남긴 한 커뮤니티 회원은 “매장에 픽업하러 가면 웬 손님들이 이렇게 많이 기다리지 싶었다가, 살펴 보면 다 도보 배달인 경우도 있었다”며 “물론 보온가방이라는 건 있지도 않다. 눈 오는 날 맨손으로 들고 나가는 경우도 있었다”고 적었다. 또 다른 회원은 “본인들이 퉁퉁 불어터진 면이랑 식어 빠져서 차가운 치킨을 받아봐야 정신을 차린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도보나 킥보드, 자전거 등 비교적 가벼운 운송 수단을 활용하는 이들의 허술한 서비스를 목격했다는 후기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킥보드로 여러 잔의 커피를 배달하는데 한 손으로는 봉지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만 운전대를 잡는 위험 운전 사례부터, 연인과 함께하는 킥보드 배달, 보온가방 없이 봉지에 담긴 음식을 흔들면서 걷는 배달 등 다양하다.
이처럼 책임감 없이 배달에 나서는 이들에 대한 부정적 시선은, 최근 배달 플랫폼이 배달원에게 지급하는 배달 수수료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플랫폼과 배달 계약을 맺은 배달원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배달 콜을 잡으려는 배달원들 간의 경쟁을 치열해진다. 자연스레 배달 수수료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 쿠팡이츠는 전날인 25일 배달파트너들에게 기본 배달수수료를 기존 3100원에서 2500원으로 삭감하겠다고 공지했다.
플랫폼의 배달 수수료 인하와 관련해, 이륜차를 구입하고 연간 수백만원짜리 보험까지 가입한 전업 배달원들과 별도의 투자 없이 취미로 배달에 나선 이들 사이에는 시각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전업 배달원들 사이에선, 수수료를 삭감한 플랫폼에서 배달원들이 이탈하면 인력 부족으로 배달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다시 가격이 정상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하지만 늘어난 ‘취미 배달러’들이 전업 배달원들이 빠지고 난 뒤에도 주문을 충분히 소화한다면, 최저 시급에도 못 미칠 정도로 배달 수수료가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