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도시 개발·철도 사업 시행 주체 일원화 저울질
그동안 개별 사업으로 추진돼 사업 기간 늘어나
3기 신도시도 입주 초기 철도 개통 연기 우려
LH의 많은 부채·다른 기관과 갈등 등은 불안요소
국토부 “3기 신도시 입주 시 교통불편 최소화할 것”
[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 신도시 입주 후에도 철도 개통이 늦춰지는 경우가 반복되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신도시에 직접 혹은 공동·위탁으로 철도 사업을 시행하는 방안을 놓고 저울질 중이다. 도시 개발과 철도 사업의 시행 주체 일원화로 사업기간을 단축해 ‘선(先) 교통·후(後) 입주’를 실현하겠다는 계획이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LH 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LH의 철도 직접 운영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어, 이같은 일원화 방안이 더욱 추진력을 얻을 것이란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LH의 부채(지난해 기준 전망치 132조원)와 다른 기관과의 갈등 등을 이유로 철도 직접 시행·운영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오는 7월 관련 연구용역의 최종안이 직접 시행으로 결론나면 3기 신도시(교산·창릉·왕숙·대장·계양) 중 도시철도 신설이 계획된 하남 교산과 남양주 왕숙, 고양 창릉 등 3곳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1일 국토교통부와 LH 등에 따르면 정부는 3기 신도시 주요 교통대책으로 교산은 송파~하남간 도시철도, 왕숙은 서울 강동~하남~남양주간 도시철도, 창릉은 고양~은평간 도시철도 등을 추진 중이다.
시장에서는 벌써 기존 1·2기 신도시 도시철도처럼 철도 개통이 수 년 이상 연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2기 신도시 철도는 아직 개통하지 못한 곳이 많아 개통을 예상하고 입주한 주민들이 출·퇴근때 큰 교통 불편을 겪고 있다.
손의영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도시철도 사업은 평가 방식이 복잡해 절차 진행이 쉽지 않다”면서 “1·2기 신도시 입주민들이 아직도 철도 개통 지연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입주 후에도 철도가 개통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쏟아지자 LH는 지난해 9월 철도 적기 개통 및 직접 운영을 위한 연구 용역을 발주해 사업기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정부는 도시 개발과 철도 사업이 개별 사업으로 추진돼 사업 기간이 늘어나 개통지연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봤다.
LH는 용역 배경에 대해 “2기 신도시 개발 시 LH에서 비용부담한 도시철도 개통지연으로 입주민 불편초래 및 신도시 조기 활성화에 한계점이 드러났다”며 “향후에는 유사한 문제가 발생되지 않도록 철도 적기 개통을 위한 최적의 사업추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개선방안으로는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을 철도시설 비용부담과 연계해 LH의 철도사업 직접참여 등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LH는 연구용역을 통해 사업 시행자로 직접 참여하거나 관계기관 위탁 설치 또는 공동 시행하는 방안과 철도 운영비 적정 조달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LH는 연구용역을 바탕으로 관련 법규, 관계기관 협의 및 전문가 의견수렴 등을 거쳐 이르면 오는 7월 최적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LH 관계자는 “철도사업 직접 운영은 연구용역에 포함된 검토 과제 중 일부”라면서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변 장관이 과거 1·2기 신도시 건설 과정에서 교통 인프라 지연으로 많은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며 시행주체 일원화를 언급한 바 있어, 이같은 방안이 힘을 얻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변창흠 당시 LH 사장은 지난 2019년 10월 국회 국토위 국정감사에서 “철도 공사도 LH가 직접 시행할 수 있도록 해주면 사업 기간이 단축돼 조기에 인프라를 확충하면서 (신도시 주민)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을 것”라고 밝혔다.
앞으로 일원화로 정부 방침이 정해질 경우에는 3기 신도시 중에서는 교산·왕숙·창릉 등에 적용돼 철도 개통이 더욱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3기 신도시는 교통대책 수립 과정에서 지자체와의 협의를 끝내 1·2기 신도시보다 2~3년 앞당겨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3기 신도시 5곳의 교통대책은 최근 모두 확정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3기 신도시는 입주 시 교통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입지 발표부터 교통대책을 마련했다”면서 “향후 공공기관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사업계획을 확정하고, 이와 병행해 인허가 절차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ms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