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재개발·역세권 고밀 개발 등에 빌라 매수세↑
2·4 주택공급대책 발표 후 시장엔 혼란 가득
“추격매수 사라질 듯…투자목적 취득자들 발 묶여”
350m 밖 빌라 매수자들은 사업 대상서 제외 ‘허탈’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정부의 공공재개발사업 추진기조에 힘입어 매매량과 가격이 치솟았던 빌라 시장이 ‘2·4 주택공급대책’으로 또다른 국면을 맞이했다.
지난 4일 정부는 이날 이후부터 취득한 주택은 추후 해당 지역이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과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지로 지정돼도 입주권이 나오지 않는 현금청산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시세차익을 얻을 목적으로 빌라 투자를 한 사람들에게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한 현직 공인중개사는 “최근 빌라를 산 사람 중에는 전세난으로 인한 실수요자도 있지만 투자자도 많다”며 “공공재개발 발표난 곳들에서 가격 급등하는 걸 보고 들어온 건데, 이제는 더 비싼 값에 받아줄 매수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단독주택을 허물고 신축빌라(다세대)를 지어 분양해도 이날 이후 건축허가를 받았다면 새 아파트에 대한 우선공급권이 부여되지 않는다. 여러채를 가지고 있어도 우선공급권은 1세대 1주택 공급 원칙으로 운영된다.
게다가 정부는 주택시장 모니터링을 통해 거래 가격이나 거래량이 예전보다 10~20% 상승하는 곳은 사업지에서 배제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실제로 지난 2020년 한 해 동안 빌라 매매거래량은 전에 없이 폭증했다.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서울에서 빌라(연립·다세대) 거래량은 7533건으로 최고치를 찍었다. 전세난이 크게 벌어졌던 9월과 10월에는 동기간 아파트 매매거래량을 추월하기도 했다. 12월에도 5419건을 기록했다.
가격 오름세도 가팔랐다. 부동산 정보업체 다방에 따르면 전용 85~100㎡의 서울 지역 빌라의 경우 지난해 12월 평균 가격이 전달 대비 33.8% 뛴 4억4997만 원을 기록했다. 전용 100㎡를 넘는 대형 평형도 같은 기간 15.7% 가격이 상승했다.
공인중개사업계에선 정부가 역세권 고밀 개발을 언급한 것 역시 빌라 시장을 과열시킨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마포구 망원동의 A공인 대표는 “지난해 망원역 인근에서 세대수를 늘려 신축된 빌라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대책 발표전까지 역세권 범위가 기존 승강장 반경 350m로 될 것이냐, 500m까지 늘어날 것이냐를 놓고도 예측이 난무했다. 일단 이번 대책에선 기존 350m로 정해졌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A공인 대표는 “범위가 500m로 늘어날 것을 믿고 350m 밖에 위치한 빌라에 투자한 사람들은 대상에서 제외돼 허탈해하고 있고, 350m 내에 산 사람들은 추격매수해줄 사람이 더이상 없을 것 같아 불안해하더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다른 인근 B공인 대표도 “계약을 그대로 진행해도 되겠냐는 문의전화도 많이 온다”며 “아직 잔금일 전인데 나중에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지역으로 지정되면 물딱지(입주권이 안나오는 빌라를 의미)가 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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