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래가도 다 투기꾼들 조작이란 거네”, “모든 아파트 가격이 사기당한 셈이다”, “이래도 부동산 불패라고? ‘영끌’해서 물린 30대 어쩌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아파트 실거래가 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관련 보도마다 이런 댓글이 줄줄이 달리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올라온 85만5247건의 아파트 매매 건 가운데 거래 취소가 3만7965건 발생했는데, 이 중 31.9%(1만1932건)가 신고가 갱신 건이었다는 내용이다. 역대 최고가로 거래됐다고 신고하고, 취소시키는 식으로 시세조작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서울이나 울산에서 거래됐다고 신고했다가 취소한 건은 50%가 넘게 신고가 매매였다고 한다.

[박일한의 住土피아] 문재인 정부 부동산 투기 범죄 오히려 줄었다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모습 [연합]

언론은 일제히 ‘서울 매매 신고 후 취소 절반이 최고가…집값 띄우기?’, ‘아파트 실거래가 믿어도 될까’ 같은 제목의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때마침 국회에 출석해 “(실거래가 띄우기 거래가) 상당히 심각한 문제”라며 “정밀히 조사해 수사를 의뢰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분위기를 거든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128만(2020년 전국 기준) 주택 ‘실거래가’에 대해 ‘가짜’ 혐의를 씌웠다. 수도권에서만 64만여건의 실거래 기록이다. 여당이 관련 근거를 제시하고, 정부가 후속 조치를 다짐한다. 정부가 부동산 불법행위 단속을 위해 추진하던 가칭 ‘부동산거래분석원’ 설립은 탄력을 받았다. 전단계로 다음 달 현재 활동하고 있는 ‘부동산시장불법행위대응반’을 확대한 ‘부동산거래분석기획단’을 출범하겠다는 계획도 전해진다.

과거 정부에서 ‘매도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값)’에 의존한 KB국민은행이나 한국감정원(현 한국부동산원) ‘시세’ 정보의 문제점이 지적된 적은 여러 번 있었지만, 실거래가 조작 의혹을 이렇게 적극적으로 제기한 정부는 실거래가 신고제도가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매도 호가 중심의 시세 문제는 집주인이 자기 집 비싸게 내놓겠다는 것이니 법적으로 딱히 문제 삼을 건 없다. 시세 통계에 집주인 입김이 덜 반영되도록 하겠다는 식의 해결책이 전부일 뿐이다. 하지만 실거래가가 가짜라는 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건 범죄에 대한 이야기다.

실거래가 조작은 ‘주택법’에서 규제하는 공급 질서 교란행위, 주택거래 신고제 미이행 등에 해당한다. 명의신탁, 명의수탁 등을 금지한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일 수도 있다. ‘공인중개사법’으로 처벌하고 있는, 부동산투기 조장행위, 중개대상물 정보 부정 제공 행위, 직접거래, 쌍방거래 행위 위반에 해당할 수도 있다. 모두 형사 처벌 대상이다.

이런 범죄가 정말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던 걸까. 기억하듯 문재인 정부는 두 달에 한 번 꼴로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25번이나 된다. 이 모든 대책의 말미엔 늘 ‘투기수요 차단’을 다짐했다. 조정대상지역 추가 발표든, 공급계획 발표든 모든 대책의 마지막 항목엔 언제나 ‘실거래가 등 모니터링 강화’, ‘집중적인 현장 단속’이 포함됐다.

[박일한의 住土피아] 문재인 정부 부동산 투기 범죄 오히려 줄었다
서울 강남의 아파트 단지 모습 [헤럴드경제DB]

실제 국토교통부는 부동산거래분석기획반을 만들었고, 한국부동산원은 실거래가상설조사팀을 꾸려 실시간 단속 업무를 해왔다. 서울시도 별도로 민생사법경찰단을 만들어 활동했다. 단속 결과는 정기적으로 언론에 알렸고 그중 일부는 형사 입건, 국세청 통보 등을 했다며 성과를 자랑했다.

이 와중에 일상적인 실거래가 조작이 가능할까? 실제 범죄는 얼마나 발생한 걸까? 공식 통계를 뒤져보면 좀 허탈하다. 부동산 투기, 실거래가 조작과 관련한 범죄는 대부분 감소 추세다. 검찰청이 최근 발표한 ‘2020 범죄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공인중개사법 위반 사건 수는 886건이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1413건, 2015년 1239건, 2016년 1010건으로 1000건이 넘다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955건으로 줄었고, 2018년엔 1226건으로 다시 늘었지만 2019년엔 다시 감소했다.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은 2019년 417건으로 역시 줄었다. 박근혜 정부 때 연평균 490건이던 범죄 발생 건수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연평균 453건으로 내려갔다. 주택법 위반은 조금 늘긴 했다. 2016년 597건에서 2017년 530건으로 줄었지만, 2018년 586건, 2019년 662건으로 2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물론 문 정부와 지자체가 그 어떤 때보다 적극적으로 단속 활동을 벌인 걸 염두에 두면 큰 폭의 증가세라고 하긴 어렵다.

범죄 적발 건수 중 범죄가 성립하지 않은 경우도 대부분 절반 수준이나 된다. 2019년 발생한 공인중개사법 위반 중 ‘혐의없음’만 531건이다. 나머지는 모두 과태료 등 미미한 건으로 불구속 처리됐다.

중개업소 현장에선 실거래가 띄우기 혐의에 대해 말도 안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오히려 정부가 심하게 단속하면서 더 철저하게 법을 지키려 하고 투명하게 업무처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중개업소를 통해 실거래가가 지나치게 높게 신고되는 등 이상 거래가 발생하면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는 정부측으로부터 자료 제출 통보가 날라온다. 강남 등 여러 중개업소엔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부동산 거래신고에 따른 관련자료 제출 요청서’ 공문을 받았다는 곳이 많다.

정부가 실제로 실거래가 모니터링 작업을 철저히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요구 자료 중엔 거래 당사자를 확인하기 위한 여러 실거래가 소명 자료, 통장 등 계약금, 잔금 등 자금 출처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등이 포함된다.이런 자료는 14일 이내 제출해야 한다. 제출하지 않거나 불성실하게 제출하면 3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불법이 발견되면 경찰이나 검찰에 넘겨 수사를 받을 수 있다. 집값을 띄우기 위해 장난치듯 실거래가 조작을 하긴 불가능한 구조라는 이야기다.

중개업자들에겐 실거래가 조작을 해서 얻을 게 없다는 점도 이들 주장에 설득력을 더한다. 중개업자는 중개수수료를 얻는 게 목적인데 몇천만원 올렸다고 오르는 수수료는 몇십만원 수준이다. 대신 면허 취소, 과태료 부과 등 온갖 위험 요소를 감수해야 한다. 실거래가 조작으로 이득을 보는 건 집주인 뿐인데 도대체 누가 온갖 위험요소를 감소하면서 누가 불법을 저지르겠느냐는 것이다.

그렇다면 천 의원이 공개한 3만여건이나 되는 실거래가 취소 사례는 어떻게 발생한 것일까. 세상에 별의별 사람들이 많으니 실제 불법도 일부 있겠으나 대부분은 집값이 단기간 많이 오르면서 집주인이 위약금을 물더라도 팔지 않기로 마음먹었거나, 중복 등록, 착오 등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특히 집값이 단기간에 많이 오르는 시기일 수록 이런 현상은 늘 있었다는 것이다.

만약 이런 중개업자들 주장이 거짓말이고, 1만2000여건의 최고가 거래 후 취소 건이 정말 대부분 시세조작이라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정부는 그 난리를 치면서 지금까지 무엇을 했다는 건가? 집값이 올랐다는 걸 인정하고 집값을 잡기 위해 5년 내 수도권에 200만가구나 공급하겠다는 계획은 또 뭔가? 부동산 투기 관련 범죄 발생이 오히려 줄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 사법 시스템이 부동산 투기를 전혀 잡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긴가?

실거래가격을 대부분 투기에 의한 비정상적 거래라고 믿는 정부가 과연 정상적인 부동산 정책을 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상적으로 시세조작이 있었든 없었든, 어느 쪽으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정부 대응이다.

박일한 건설부동산부 팀장/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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