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부총리 “공급대책 반드시 일정대로 추진”

솜방망이 처벌에…‘실질적 처벌’ 필요 의견 나와

“이미 전세계약” 지정취소 시 무주택자 피해 우려도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광명·시흥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향후 공급 계획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이번 사태와 상관없이 예정대로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지만, 공기업 직원의 투기 의혹이 불거진 곳에 신도시를 건설하는 게 적절한지를 두고서는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 ‘공급속도전’에…“투기판에 어떻게 신도시?” 지정취소 여론도 [부동산360]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하수종말처리장 부지에서 지난 5일 열린 '시흥·광명 신도시 대책 주민설명회'에서 참석자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83만가구를 공급하는 2·4 공급대책을 포함한 주택공급대책은 반드시 일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당초 일정대로 ▷3월 2·4 공급대책 후보지 및 8·4대책에 따른 2차 공공 재개발 후보지 공개 ▷4월 2차 신규 공공택지 입지 발표 ▷6월 공공전세주택 입주자 모집 ▷7월 3기 신도시 사전청약 시작 및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후보지 발표 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투기 의혹이 제기된 광명·시흥지구는 정부가 2·4 대책의 일환으로 지난달 24일 발표한 수도권 신규택지다. 총 6곳의 3기 신도시 중에서 최대 규모(1271만㎡)로 총 7만가구가 들어서게 된다. 정부는 해당 개발 계획을 철회하는 방안은 아직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공급속도전’에…“투기판에 어떻게 신도시?” 지정취소 여론도 [부동산360]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마치고 '부동산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를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정부합동조사단이 투기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지분 쪼개기’, ‘묘목심기’ 등 개발이익을 기대하고 움직인 정황이 포착된 지역을 신도시로 개발하는 게 맞느냐를 두고 논란이 생기고 있다.

신규택지 조성은 원주민을 이주하도록 하고 그 땅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기존 삶터를 해체한다는 점에서 가뜩이나 반발이 적지 않다. 그런데 이번에는 거액의 대출까지 받은 땅 투기 의혹까지 불거진 상황이다. 광명·시흥의 일부 주민들은 “LH가 토지 권력을 휘둘렀다”며 신도시 지정 취소를 위한 행정소송까지 검토하고 있다.

LH 직원에게 ‘실질적인 처벌’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도시 지정 취소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관련 업계에서 나온다.

이번에 투기 의혹이 제기된 LH 직원은 조사 결과에 따라 공공주택특별법, 부패방지법, 공직자윤리법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업무 중 얻은 정보’를 사용했다는 걸 밝혀내지 못한다면 처벌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과거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사례도 있다. 2018년 3기 신도시 도면 유출 사건이 벌어진 후 LH 직원 3명 중 2명은 경고, 1명은 주의 처분을 받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LH 직원의 토지 매입가격 100억원 중 대출 추정액만 58억원인데, 신도시 지정 취소로 토지가 방치된다면 사실상 이들에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면서 “지금 법을 개정해 처벌을 강화하더라도 소급 적용이 안 되는 만큼 실질적인 처벌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부 ‘공급속도전’에…“투기판에 어떻게 신도시?” 지정취소 여론도 [부동산360]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의 한 밭에 방치된 작물. [연합뉴스]

정부가 ‘투기수요 억제’를 강조해온 만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정부는 2·4 대책 발표 이후 거래가격 또는 거래량이 예전보다 10~20% 오르는 지역은 아예 각종 사업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는 이미 투기와 관련해서는 원칙을 세운 상태”라며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올바른 선례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봤다.

반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면서 주택 공급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잘못은 공기관이 했는데, 정부 정책을 믿고 따라간 무주택자가 신도시 지정 취소에 따른 피해를 보는 건 맞지 않다는 설명이다.

최근 3기 신도시 청약을 고려해 광명에 전세계약을 한 A씨는 “당장 2023년에 사전청약을 한다고 해서 서둘러 계약했는데 LH 직원의 땅 투기 탓에 신도시가 취소되면 이에 대한 보상은 누가 해주는 것이냐”라며 “2년간 청약을 위한 거주기간은 물론 전세금도 묶이는 것이어서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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