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세정 기자] 글로벌 온라인동영상플랫폼(OTT) 디즈니플러스가 올해 한국 시장 진출을 예고했지만, 국내 협력 사업자 선정이 늦어지고 있다. 디즈니플러스가 협상 ‘갑’의 위치에서, 사업자 선정에 대한 확답없이 장시간 변죽만 울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협상 ‘갑’ 위치 디즈니플러스…통신업계 피로감도
디즈니플러스는 지난해부터 국내 통신3사와 한국시장 진출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사업자를 최종 결정짓지 않고 있다.
관련 협상이 길어지자 통신업계에서는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디즈니플러스가) 통신사에게 ‘더 줄 수 있는 것을 가져와봐’라는 식의 분위기”라며 “다양한 제안을 제시해도 디즈니플러스에서 명확한 피드백이 없다보니 답답한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협력사에) 최대한 얻어낼 수 있는 계약이 될 때까지 급할 것이 없다는 태도”이라며 “외국계 기업 특유의 특징인 것 같다”고 말했다.
소비자들 역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국내 출시를 예고했지만 명확한 출시 일정을 제시하지 않고 있는 탓이다. 루크 강 디즈니 아시아태평양 총괄사장은 최근 국내 언론을 만난 자리에서 올해 출시하겠는 계획을 재확인하면서도 “구체적인 시점은 밝히기 어렵다”고 확답을 피했다.
▶또다른 글로벌 공룡 ‘제2의 넷플릭스?’…망 무임승차 재현될라
애가 타는 것은 국내 통신업계다. 치열해지고 있는 유료방송 시장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디즈니플러스와의 손을 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지만 좀처럼 결론이 나지 않는 탓이다. 디즈니플러스의 글로벌 구독자는 최근 1억명을 넘어섰다. 넷플릭스(2억4000만명)보다는 적지만 마블 등 콘텐츠 경쟁력을 바탕으로 넷플릭스의 대항마로 꼽히고 있다. 디즈니플러스가 협상 ‘갑’의 위치에서 ‘배짱’ 협상에 나선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같은 이유다.
특히 업계는 ‘수익배분’ 방안이 협상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넷플릭스처럼, 글로벌 공룡 기업을 상대로 국내 통신사들이 과도하게 불리한 협상 결과를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넷플릭스는 하위 사업자와 가장 먼저 협상을 진행하는 전략으로 악명이 높다. 점유율 확대가 시급한 하위 사업자를 공략해 가장 유리한 협상 조건을 관철시키기 위한 것이다.
나아가 자칫 불리한 협상이 넷플릭스와 같은 국내 망 사용료 ‘무임승차’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넷플릭스의 경우 LG유플러스와 수익을 배분하는 것으로 망사용료를 갈음하고 있다. KT는 넷플릭스와의 협력 계약시 망사용료를 받을 수 있는 근거 조항을 만들었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넷플릭스에 받는 망사용료는 극히 미미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디즈니플러스 역시 망사용료를 최소화할 수 있는 협상안을 요구할 경우, 글로벌 공룡기업들의 국내 망 무임승차 논란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