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이 부동산 세금 外 다양한 조세·준조세 기준으로 활용되는 것 막아야
지자체와 협업 통해 현장 목소리 반영 필요성도
[헤럴드경제=최정호·이민경 기자] 공시가격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20%에 육박하는 평균 상승률에 조세 저항 움직임까지 나타나자, 정치권, 특히 여당 내부에서도 ‘속도조절’을 먼저 언급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자체의 재검토, 또 가격 결정 권한의 분산과 이원화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6일 전문가들은 최근 공시가격 논란과 관련, 지나치게 가파른 인상률에서 원인을 찾았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실 랩장은 “과세 현실화라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은 좋지만, 공시가격 인상 속도를 단기간에 짧게 잡고 가다보니 최근 집값 상승과 맞물려 세금 증가 부담이 더 크게 느껴지고 있다”고 현상을 전했다.
함 랩장은 “지난해도 정부가 고령자나 별도 소득이 없는 계층의 세부담 급증 문제 등을 손봤다고 했지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며 “결국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자체를 다시 손보고, 특히 종부세 부과 기준이 되는 고가주택 기준을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시가격에 부동산 관련 세금은 물론, 건강보험료 등 수십가지의 조세 또는 준조세가 연계된 것도 매년 논란을 불러오는 이유로 지적됐다.
조주현 건국대학교 명예교수는 “공시가격은 정치적 합의 가격이지 시장상황을 그대로 반영하는 가격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공시가격에 부동산 관련 세금은 물론, 건강보험료 등 다양한 제도들이 연관된 현 상황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조 교수는 “세율을 법으로 정하는 게 조세법률주의인데, 행정편의적으로 과표(공시가격)에다 적용하고 있는 게 문제”라고 덧붙였다.
해법으로는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 간 역할과 책임 분담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조세형평성 차원에서 중앙정부가 표준지 공시지가로 기준을 제시하면, 지방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조율하는 것이다.
조 교수는 “모든 책임과 권한을 중앙정부가 갖고 있으니 문제가 나올 수 밖에 없다”며 “전국적으로 일정한 현실화율이라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 지방정부 재량에 따라 자율권을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형평성’, 즉 지자체간 공시가격 인상률이 달라지는 현상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함 랩장은 “표준지 공시가격을 정부가 기준 잡고, 개별 공시가격을 지방자치단체가 결정하는 식으로 할 수는 있을 것”이라며 “다만 지자체별로 중구난방으로 나오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공시가격은 재산세랑 직결되는 것으로 공평과세와 형평성에 어긋나면 안된다”며 현행과 같은 중앙정부 중심 결정 체계는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은 “지자체에서 결정하게 할 경우 표심에 결국 올리지 못할 것”이라며 “다만 투명한 검증을 위해 지자체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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