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많은 주택시장 피해 상업용부동산 시장에 투자
강남 이면도로 꼬마빌딩 ‘사자’ > ‘팔자’
10년 전 80억원짜리 빌딩 200억원에 매물로 나와
“시세차익 보려면 환금성 뛰어난 입지에 투자해야”
집합건물 상가와 오피스텔은 강남·강북 모두 ‘비추천’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뱅뱅사거리(도곡로) 대로변 5층짜리 꼬마빌딩이 작년엔 평당 7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올해 1월 바로 옆 필지가 평당 900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도곡로가 그나마 강남 대로변 중에선 저렴한 곳인데 평당 1억원에 근접한 것이죠.”(조현권 공인중개사)
1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시 상업용·업무용 부동산 거래량은 873건으로 지난해 1분기 689건 대비 27% 증가했다.
100억원 이상 가는 대형빌딩은 159건이 거래돼 작년 동기 대비 거래량 1.5배 늘어났다. 소위 ‘꼬마빌딩’으로 불리는 50억원 미만 건물은 542건으로 전체 매각 건수(873건) 중 62%를 차지했다.
시중에 유동 자금이 많이 풀려있는 상태에서 주택 시장이 규제로 첩첩이 막혀있자 상업용 부동산 시장으로 투자자들이 몰린 것이다. 다주택자 중에서는 아파트를 몇 채 처분하고 꼬마빌딩 등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하지만 같은 서울이라도 지역에 따라 온도차가 천차만별이었다. 아파트 시장에서 이미 자산가치를 입증한 강남은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도 안전자산으로 평가를 받고 있었다. 반면, 강북의 주요 업무지구인 광화문, 종로의 인접지만해도 상업용부동산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는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논현동 일대에서 빌딩·상가·사무실 등을 중개하는 조현권 공인중개사는 “강남 부동산 수요층은 개인 뿐만 아니라, 회사, 자산운용사, 신탁사들까지 다양하다”면서 “부동산은 나중에 팔기 쉽고, 현금화 하기 쉬워야 가치가 있는 것인데, 그런 면에서 강남은 언제든 새로운 매수자를 찾을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실물 경기가 침체돼 자영업자들이 장사를 접는 일이 많고, 그만큼 임대료 수준도 내려가면서 투자수익률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통건물을 매입해서 건물의 내외관을 조금이라도 수리하면 임차인을 새로 받을 수 있다. 월세를 높이면 대출이자 정도는 감당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일례로 한 투자자는 논현동 이면도로에 위치한 5층 짜리 꼬마빌딩을 50억원에 매수했다. 17억원만 본인 자금이었고, 33억원은 은행에서 대출 받았다. 아주 간단한 리모델링 후에 새롭게 오피스 임차인을 받았는데 이전 임차인 대비 월세를 50%가까이 인상할 수 있었다.
해당 물건을 중개한 공인중개사는 “건물을 조금만 수리해 가치를 높여도 더 비싸진 월세를 감당할 수 있는 임차인을 강남에선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면서 “5년, 10년 뒤에는 시세차익을 보고 매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10년 전 80억원대에 거래된 5층짜리 논현동 대로변 빌딩이 최근 200억원이란 가격에 매물로 나온 만큼 강남 부동산을 보유하기만 하면 수십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이 보장된다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강남 상업용부동산 시장에서도 통건물을 제외한 집합건물 내 상가 또는 오피스텔은 또 다른 분위기다. 통건물과 달리 상가 점포는 그 자체만으로 가치를 높이기가 제한적이며, 오피스텔 또한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 가치 하락이 예상된다는 것이 일대 공인중개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강남을 제외하고는 꼬마빌딩마저 거래가 쉽지 않은 모양새다.
강북 을지로·종각 일대에서 상업용 부동산을 주로 중개하는 B공인 대표는 “매도자들은 강남 못지 않게 금액을 높여 부르고, 매수자들은 완전한 저점에서 매수하고 싶어하는 문제가 있다”면서 “게다가 종각같은 경우는 1,2층 상가가 계속 공실이 늘어나고 있고, 나중에 매도를 원하는 시점에 받아줄 사람을 못 찾을 가능성이 있어서 투자자들이 고심한다”고 설명했다.
집합건물 상가 투자도 말리는 추세다. 남대문 인근의 C공인 대표는 “13억원에 매물로 나온 상가가 있는데 현재 호프집 임차인이 월 임대료로 700만원을 내고 있지만, 영업제한 10시 때문에 매출이 자꾸 떨어진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중개사 입장에선 괜히 상가를 중개했다가 공실이 생기면 신경쓸 것이 많아 크게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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