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일부터 전월세 신고제 본격 시행 앞두고
집주인 세입자에 다운계약서 요구 늘어
임대소득 연 2000만원 이하여야 분리과세 가능
다운계약서 썼다간 추징당하고 월세공제 못받아
꼼수 남발 인식 퍼지자 세입자 과도한 경계심 표출키도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집주인이 월세를 실제로는 월 200만원을 보내라고 하면서 계약서에는 160만원으로 쓰자고 ‘다운계약서’를 요구하더군요. 아이 학교나 출근하기에 모두 괜찮아서 이 집으로 하려고 했는데 이대로 진행하면 안 될 것 같아서 고민이 큽니다.” (세입자 A씨)
전월세신고제가 오는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되면서 전세시장이 다시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집주인들은 그동안 잡히지 않던 임대소득이 노출되면서 과세 세원으로 포착될 것을 염려하며 세입자에게 ‘다운계약서(허위매매계약서)’를 요구하는 사례도 암암리에 일어나고 있다.
지금까지 부동산 매매계약 외 주택임대차계약은 거래신고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6월부터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거나 변경하면 30일 이내 신고의무가 부과된다. 신고 내용은 계약체결 시 해당 임대차계약 당사자의 인적사항, 임대차 대상 주택사항, 보증금 등 임대차계약내용,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사용 여부 등이다.
주택임대소득은 연 2000만원 이하까지는 분리과세(세율 15.4%)가 가능하다. 하지만 2000만원이 초과하면 임대소득 총액이 기타 금융소득과 합산되고 과세표준구간에 따라서 최고세율 45%까지도 부과될 수 있다. 세 부담이 훨씬 더 커지는 셈이다.
만약 A씨의 임대인이 월세 200만원짜리 계약서를 쓰면 연 2400만원의 주택임대수익을 올리는 것이 된다. 하지만 160만원으로 신고하면 연 1920만원으로 계산돼 종합과세를 피할 수 있다.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는 “실제로 요즘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매매든 임대차든 다운계약서를 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들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임대차 계약을 허위로 신고하면 계약금액 등에 상관없이 100만원의 과태료를 낼 뿐만 아니라 추가 세금 추징을 당할 수 있다.
백종원 NH농협은행 세무전문위원은 “임대차 다운계약서가 확인되면 임대인은 누락된 임대소득에 대해 추징이 될 수 있고, 임차인은 계약서 외에 추가 지급한 임대료에 대해서 추후에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집주인들이 세부담을 피하기 위해 여러가지 ‘꼼수’를 부린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세입자들이 과도한 경계심을 표출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얼마 전 아파트 월세 계약을 맺고 이삿날을 기다리고 있는 세입자 B씨는 집주인으로부터 월세 입금 계좌를 변경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B씨는 “집주인이 계약서에 인쇄된 자기 계좌가 아니라 와이프(배우자) 계좌로 월세를 보내라고 하더라”면서 “소득이 적은 와이프 앞으로 돌려서 탈세하려는 시도 같은데, 이걸 그대로 들어줬다가는 내가 월세세액공제를 못 받는거 아니냐”고 우려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집주인의 배우자 명의 계좌로 월세를 보낸다고 하더라도 B씨가 월세세액공제를 받는 데는 무리가 없다고 말한다.
백 세무전문위원은 “임차인은 계약서에 적힌 본인 이름으로 입금을 안하고 다른 이름으로 하면 월세세액공제가 안 된다”면서 “다만, 임대인이 아닌 타인에게 송금했더라도 실질적으로 임대인에게 지급했다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증명되면 월세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집주인이 임대소득을 배우자 명의로 신고하려 한다는 의심 역시 추측에 불과하다. 임대차계약서가 제출되면 월세를 어느 계좌로 받든 간에 해당 부동산 명의자의 소득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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