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2019년 7월 이후 매주 오름세
“불안 가능성 적어” 정부 예상 빗나가
신고제 등 시장 불안요소는 계속 추가
“뛴 전셋값, 매매가격 자극할 수도”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서울에서 전세난이 장기화를 넘어 고착화하고 있다. 아파트 전셋값이 100주 넘게 상승하며 시장 불안이 잦아들지 않는 모습이다. 이런 와중에 전세시장에 악재가 될 요소들만 추가되고 있어 수요자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1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08% 올라 전주(0.06%)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상승률은 3월 말 0.03%까지 축소된 뒤 8주 연속 같은 수치를 나타내다 지난달 넷째 주 0.04%, 다섯째 주 0.06% 등으로 오름폭을 키웠다.
시계를 확대해보면 2019년 7월 첫째 주 이후 102주 연속 이어진 상승세다. 시기에 따라 오름폭이 축소되기도 했으나 한 번도 내린 적은 없다.
최근 전셋값 상승폭이 커진 건 강남권 재건축 단지 이주수요의 영향이 크다. 서초구에서는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등 재건축 단지의 이주가 본격화하면서 아파트 전셋값이 가파르게 뛰었다. 5월 초 주간 상승률이 0.01%인데 이번 주는 0.39%를 기록했다.
인근 지역의 전세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같은 기간 강남구(0.00→0.05%), 송파구(0.02→0.15%), 강동구(0.01→0.10%) 동작구(0.00→0.13%) 등의 상승폭도 커졌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전세시장이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정비사업 이주수요와 매물 감소 우려 등의 영향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중순 “올해 강남4구 전체 정비사업 이주 물량이 작년보다 많지 않다”며 전세시장 불안을 일축했으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당시 시장에서는 이주수요를 흡수할 전세 물량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전년대비 이주물량 감소’는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실제 5월 중순부터 서초구의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매주 0.10%포인트 안팎 커졌다.
지난 4월 말 강남구 압구정동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후 매수 수요가 서초구 반포동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는데, 여기엔 뛴 전셋값도 한몫했다는 설명도 있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정비사업으로 인해 전셋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건 예견됐던 일”이라며 “전셋값이 오르자 전세를 끼고 집을 사려는 갭투자 수요가 생겼고 이 과정에서 신고가 매매거래도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시장은 지난해 7월 도입된 임대차2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으로 인한 후유증도 겪고 있다. 이 법 시행 전에도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초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반전세·월세 전환에 실거주 의무 강화, 청약 대기수요 등으로 곳곳에서 전세매물 구하기 쉽지 않다는 말이 나왔다.
혜성같이 등장한 임대차2법에 전세난은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기존 주택에 2년 더 눌러앉는 세입자가 늘면서 신규 전세물량은 더 줄었다. 집주인들은 4년간 임대료 인상이 제한되자 신규 전세 계약을 할 때 전셋값을 대폭 올려받았다. 전세 난민이 서울에서 수도권 곳곳으로, 아파트에서 빌라·오피스텔 등으로 이동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전세시장을 더 불안케 할 요소는 계속 추가되고 있다. 임대차3법의 마지막 퍼즐인 전월세신고제 시행부터 임대사업자제도 폐지 등이 이에 해당한다. 올해 하반기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도 크게 줄어든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지난해의 절반 수준”이라며 “전셋값이 오르면서 매맷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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