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택시기사인 아버지가 국내 대기업의 전기차를 몰다 20개월새 급발진 사고를 4차례나 겪었으나 제조사 측이 운전자 탓만 한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청원이 이목을 끌고 있다.
1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4번이나 죽을 뻔한 저희 아빠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지난 11일 올라왔다.
청원인은 자신의 아버지가 ‘40년 무사고’에 경찰청장 표창장까지 받은 30년 경력의 개인택시기사라며 “기름값을 아끼려 전기차로 바꾼 게 가족을 이렇게 힘들게 할 줄 몰랐다”고 토로했다.
청원인은 2019년 10월 10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20개월 동안 총 4차례의 급발진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마지막 사고 날엔 엄마와 같이 1.5km를 급발진으로 달려, 저는 부모님을 잃을 뻔했다”며 “그럼에도 차량 회사 측은 모르는 일이라며 사고를 외면했고 모든 사고 비용은 저희가 부담했다”고 했다.
그가 글 말미에 첨부한 블랙박스 영상에는 전기차 택시가 지난달 30일 대구 만촌네거리에서 무열로로 진입하던 중 굉음을 내며 질주하는 모습이 담겼다. 당시 차량엔 청원인과 아버지, 어머니가 함께 타고 있었다.
아버지의 노력에도 차량은 멈추지 않았고, 놀란 어머니는 다급한 목소리로 “주여, 주여. 하나님 아버지 도와주세요”를 몇번이고 외쳤다. 아버지는 “브레이크가 안 듣는다”며 차량을 억지로 세우기 위해 인도의 경계석을 반복해서 부딪쳤다. 차량은 1.5km나 공포의 질주를 하고서야 도로 가로등을 들이받고 멈춰섰다.
청원인은 “국내에선 단 한 번도 전기차 결함을 인정한 적이 없고, 100% 운전자 과실이라고 한다”며 “제조사 측은 모두 저희 아빠 때문이라는데,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저희 가족은 힘이 없다. 저희 가족이 잃어버린 소비자의 권리를 함께 찾아달라”며 “회사 측이 사고를 철저히 조사하고, 이에 대응하는 올바른 대처를 요구한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