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 철회로

주요 재건축 단지 전세물량 크게 늘어

물량 늘자 가격도 조정…“일부 전세난 해갈”

“물량 앞엔 장사 없어, 규제 완화해야”

“가격 조정 가능, 언제든 입주, 4년 계약 OK” 급전세가 쏟아졌다 [부동산360]
서울 서초구의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 앞에 전·월세 시세표가 붙어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전세가격은 조정 가능합니다. 원하는 날짜에 언제든 입주할 수 있고 전세금 인상 없이 4년 이상 장기 계약도 가능합니다.” (서울 서초구의 한 재건축 아파트 세입자를 모집한다는 내용의 온라인 커뮤니티 글)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서울 아파트 전세난이 악화되는 가운데 주요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는 전세물건이 늘어나는 모양새다. 재건축 조합원의 2년 실거주 의무 방침이 전면 백지화되면서 물량이 쏟아진 것이다. 물량이 늘면서 전셋값도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24일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전세 물건은 이날 기준 198건으로 지난 12일(74건)보다 167.6% 늘었다. 월세를 포함한 전체 임대차 물량은 154건에서 327건으로 112.3% 증가했다.

정부가 재건축 조합원의 2년 실거주 의무 규제를 철회한 데 따른 여파다. 대치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2년 실거주 의무요건을 채우기 위해 집주인이 전입신고를 해뒀거나 입주했던 집이 대거 전세로 나오면서 물량이 늘었다”고 전했다.

앞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 12일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중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조합원이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면 2년 이상 실거주해야 한다는 내용을 삭제했다. 지난해 6·17 대책의 핵심 규제안을 추진 1년여 만에 백지화한 것이다.

규제가 풀리면서 주요 재건축 단지들의 전세물량은 일제히 늘었다. 강남구 개포동 현대1차는 같은 기간 전세 물량이 23건에서 38건으로 증가했고 서초구 잠원동 잠원한신과 마포구 성산동 성산시영도 각각 13건에서 26건으로, 20건에서 43건으로 늘었다.

전셋값도 소폭 조정되는 모습이다.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8㎡는 현재 호가가 7억원부터 시작한다. 해당 평형 아파트가 이달 3일 8억7000만원에, 지난달에는 9억5000만원에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는 것과 비교하면 크게 낮아진 수준이다. 물량이 늘어나자 호가를 5000만~1억원 가량 낮추는 집주인이 늘어났다는 게 현지 공인중개업계의 전언이다.

정부의 이번 실거주 의무 폐지가 공급의 물꼬를 트면서 가격 안정화로 이어졌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일부 재건축 단지에만 국한돼 물량이 나오는 만큼 전반적인 전세난을 해소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전세난 해갈에 일부 도움은 되겠지만 재건축 추진 아파트에만 해당하는 사안이기에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에서 들어났듯 규제 완화를 통해 공급을 확대해야 전세난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경기 과천과 분당은 최근 전셋값이 하락하는 등 안정세를 보이는데 입주 물량이 확보된 영향이 크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결국 물량 앞엔 장사 없다. 임대차3법과 다주택자, 임대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풀어야 임대차 시장에 재고 물량이 나와 가격 하락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형 연구원도 “임대시장은 실거주하지 않는 주택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1가구 1주택, 실거주 소유가 아니면 바람직하지 않다는 전제부터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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