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통합기획 첫 적용 재개발
용적률 상향 등 사업여건 개선
주민들 기대감 속 일부 ‘갸우뚱’
시공사 선정 둘러싼 의견 충돌에
이주대책 마련 목소리 나오기도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용적률도 올려준다고 하고 행정절차도 빨리해주겠다고 하니 반갑죠. 조합원 입장에서 나쁠 게 없는 조건이던데요. 사업 추진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서울 관악구 신림동 신림1재정비촉진구역 주민 70대 김모 씨)
“재개발하면 당연히 좋죠. 그런데 되긴 되는 건가요? 몰라요. 이것도 가봐야 알지… 10년이 넘도록 안되다 보니 저도 그렇고 다들 많이 지쳤어요.” (60대 노모 씨)
지난 14일 찾은 신림1구역 일대에서 만난 주민들은 대체로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 도입을 반기는 분위기였다. 다만 13년이나 지체된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지는 반신반의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일단 높은 주민 동의율을 반영하듯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속도감 있는 사업 추진이 이뤄지길 바라는 목소리가 컸다. 조합에 따르면 주민 동의율은 80% 선이다. 용적률 상향으로 세대수가 늘어나면 사업성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엿보였다.
신속통합기획은 공공기획의 새로운 이름으로 민간이 주도하는 정비사업에 서울시가 개입해 공공성을 반영한 정비계획 수립과 인허가 과정을 지원해 사업추진절차를 단축하는 제도다.
서울시가 제안한 신속통합기획안에 따르면 용적률이 기존 230%에서 259%로 상향돼 가구수가 2886가구에서 4000여가구로 1000가구 이상 증가한다. 최고 층수는 33층에서 29층으로 낮아졌지만 ‘지천 르네상스’를 추진하는 등 사업 여건은 물론 생활환경 개선 효과도 있을 전망이다.
조합원 A씨는 “재개발은 주민의 숙원이다. 너무 낙후돼 있어 개발을 안 할 수 없다”며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하면 다르지 않겠나. 하루빨리 깨끗한 환경에서 지내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 신림1구역 사업 추진에 대한 서울시의 의지는 분명하다. 이날 신속통합기획 진행상황 점검을 위해 신림1구역을 찾은 오세훈 서울시장은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그동안 재개발·재건축을 빨리 되길 바라지 않는 듯한 행정적 선택을 해왔다”면서 “여러 절차를 한꺼번에 통합해서 신속하게 빨리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오 시장이 취임 후 정비사업장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들이 적지는 않았다. 서울시의 단언처럼 순조롭게 속도를 낼 수 있겠냐는 것이다. 계획안 조율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일부 조합원은 땅 일부를 공공기여로 서울시에 내놓는 상황에 용적률 오름폭이 크지 않은데 가구수를 과도하게 늘리고 층수까지 낮춰 ‘닭장 아파트’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기도 했다.
여기에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컨소시엄(공동도급) 방식 적용을 두고 조합원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것도 변수다. 지난달 31일 입찰에서 GS건설·현대엔지니어링·DL이앤씨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지만 조합원 상당수가 반대하면서 유찰됐다. 일부 조합원은 ‘컨소시엄 반대 결의서’를 걷고 시위를 진행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조합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극단적 주장을 하는 조합원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합원 B씨는 “컨소시엄으로 진행할 경우 품질 저하나 하자 보수 책임소재 불분명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조합원 이익 증대를 위해선 경쟁이 필수다. 어느 건설사가 경쟁 없이 따낸 사업에 신경 쓰겠냐”고 꼬집었다.
철저한 이주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구역 내 거주자의 80%에 달하는 세입자뿐 아니라 실소유주 일부도 이주 불안감을 토로했다.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신림2·3구역이 현재 이주 또는 이주 직전 단계에 있는데 그 많은 거주자가 인근에서 집을 구할 수 있겠냐는 우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