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초고가 월세 매물 등장
인근 중개업계, “12월 부과될 수천만원대 종부세 대비 목적 예상”
전세→월세 가속화…서울 신규 임차계약 40%는 월세 등 반전세
한국부동산원, 올해 8월 평균 월세금액 상승률 역대 최대치
전문가 “집주인 세금 충당위한 월세 가속화, 세입자 월세부담으로 이어져”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보증금 5억원에 월세 1000만원,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1200만원(모두 전용 130㎡).”
1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강변 고급아파트단지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에서 월세 1000만원을 호가하는 매물이 다수 등장했다.
이 아파트 인근 A공인 대표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고 세금 때문인 것 같다”며 “일부 집주인들이 전세보증금으로 수십억원을 받는 것보다 (월세를 받아) 연말에 부과될 수천만 원의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덜기위한 차원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부동산정보제공 앱인 호갱노노에 따르면 이 아파트 85㎡(전용) 기준 올해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예상 세액은 1500만원대(1가구 1주택·1년보유·고령자 공제 없음 기준)로 나타난다. 재산세와 합하면 약 2500만원이 된다. 대형인 130㎡은 종부세 자체만 약 2600만원으로 예상된다.
이미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보증금 1억~5억원에 500만~600만원대 월세 계약은 여러번 있었지만 1000만원대 월세는 아직까지 체결된 바 없다. 113㎡에서 지난 5월 보증금 3억원에 월세 900만원이 체결된 것이 역대 최고가다.
이처럼 최고가 월세 매물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서울에서 반전세 등 월세를 낀 임대차 거래량 또한 역대 최고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8월 서울에서 체결된 아파트 임대차 계약(계약일 기준)은 총 1만2567건으로, 이 가운데 월세가 조금이라도 낀 계약은 39.4%(4954건)를 차지했다. 전달(35.5%·7월)보다 3.9%포인트 높다.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치다.
월세를 포함한 ‘반전세’의 비중은 지난해 7월 말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골자로 한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새 임대차 법 시행 후 1년간(작년 8월∼지난달) 반전세 거래 비중은 35.1%(18만5273건 중 6만5088건)로, 법 시행 전 1년간 28.1%(2019년 8월∼작년 7월·19만6374건 중 5만5215건)에 비해 7.0%포인트 높아졌다.
단일 아파트단지 중 1만가구에 육박하는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의 경우 지난달 계약 신고가 이뤄진 임대차 거래 45건 중 월세를 낀 거래가 21건(46.7%)으로 집계됐다.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하며 수도권 아파트 월세가격 역시 통계 집계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15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8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월세가격 상승률은 0.43%로 나타나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 됐다.
전문가들은 전세가 월세로 바뀌고, 월세 금액부담이 커지는 현상을 우려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월세 사는 사람들은 매달 자기 수입의 20~30%를 주거비로 지출하고 있고, 전세 사는 사람은 10%인 것으로 나타난다”면서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될수록 무주택자의 주거비 부담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