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사법 시행규칙 개정안, 규제심사 통과
중개사협회 가처분신청·헌법소원 카드 내놔
‘고정요율’, ‘0.1%p가감제 폐지’ 등 요구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일명 ‘반값 복비’ 방안으로 불리는 부동산 중개보수(중개수수료) 개편안에 대한 업계의 반발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정부는 최근 규제 심사 문턱을 넘은 개편안이 이르면 이달 중 시행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공인중개사업계는 가처분 신청과 헌법소원 등을 통해 정부의 개편안 추진을 저지하겠다며 맞서고 있다.
1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최근 규제개혁위원회에서 부동산 중개보수 개편안을 담은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개정안은 법제처 심사를 거쳐 이르면 이달 중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가 마련한 중개보수 개편안에는 6억원 이상 매매와 3억원 이상 임대차 계약의 최고 요율을 인하하는 내용이 담겼다. 여기에 매매는 9억원 이상, 임대는 6억원 이상 구간 요율이 세분화된다. 이렇게 되면 중개수수료는 9억원 주택 매매 시 810만원에서 450만원으로, 6억원 전세 거래 시 480만원에서 240만원으로 각각 절반 수준이 된다.
국토부는 공인중개사가 중개보수 요율을 협상할 수 있다는 내용을 사무소에 게시하고, 중개 의뢰인에게 고지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중개보수 협상 절차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시행규칙을 별도로 입법예고했다. 공인중개사가 중개의뢰인에게 최고 요율만 요구하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다.
공인중개사업계는 ‘반값 복비’를 비롯한 개편안의 주요 내용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이달 중 법원에 집행금지 가처분 신청과 헌법소원을 제기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중개보수 요율은 국토부가 시행규칙을 개정한 뒤 각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통해 확정하는데, 우선 개정안 시행부터 막아보겠다는 게 협회의 계획이다.
중개보수에 관한 헌법소원은 협회가 2015년 이후 6년 만에 다시 꺼내 든 카드다. 당시 주택과 주거용 오피스텔 중개보수 상한 요율 조정을 계기로 진행된 헌법소원 심판에선 합헌 결정이 나왔다.
협회 측은 “당시 헌법재판소는 법무사·감정평가사의 보수 또는 수수료와 비교하더라도 법이 정한 중개보수 한도 자체는 특별히 낮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근거로 합헌 판단을 내렸다”면서 “이번 시행규칙 개정안이 제시한 중개보수의 한도 자체가 특별히 낮다고 볼 수 있는 경우 위헌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했다.
협회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서도 “20년 넘게 유지됐던 상한 요율을 일순간에 대폭 하향하는 것은 중개보수의 한도를 지나치게 낮게 한 것”이라며 “공인중개사의 직업·계약체결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상한 요율의 상향 재고 또는 단계적 하향 조치 ▷‘중개보수는 상한 요율 이내에서 중개의뢰인과 공인중개사가 서로 협의해 결정’한다는 내용에서 ‘이내’ 문구 제외(고정요율) ▷시·도 조례로 중개보수 요율 0.1%포인트 가감 폐지 등을 요구했다.
시장에서는 불분명한 ‘반값 복비’ 도입 시기 탓에 혼란도 빚어지고 있다. 일부 수요자는 개정안 수준에 맞춰 중개보수를 협상하는 한편, 아예 거래를 미루는 분위기도 생겼다고 공인중개사들은 전했다.
서울 서초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벌써 10월 중순인데 언제쯤 중개수수료 개편안이 적용되느냐는 고객들의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면서 “당장 계약이 급한 수요자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