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3구, 석 달 가까이 0.20%대 상승률
40억원 찍고…국민평형서 역대급 기록
“안정국면 진입” 정부는 집값하락 강조
똘똘한 한 채 찾는 수요는 계속 유입돼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서울 집값이 급등 피로감과 금리인상, 대출규제 등으로 상승폭을 줄이는 가운데서도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의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가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집값 하락론’에 힘을 싣는 와중에도 나 홀로 행보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도 “요즘 세상에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격을 잡을 수 있겠나”라며 현 정권에서 1차 타깃으로 삼았던 강남 집값을 잡을 방법이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3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강남3구에선 신고가에 거래된 단지들이 줄을 이었다.
이날까지 신고된 거래 중에서는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가 최고 금액을 나타냈다. 이 단지 140.13㎡(이하 전용면적)은 이달 7일 신고가인 63억원에 손바뀜했다. 같은 주택형이 올해 5월 54억원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9억원 뛴 가격이다.
강남구 도곡동 ‘상지리츠빌 카일룸’(210.5㎡·61억8000만원), ‘도곡렉슬’(114.99㎡·41억원), 대치동 ‘대치아이파크’(149.78㎡·46억원), 서초구 잠원동 ‘반포센트럴자이’(98.99㎡·45억원), ‘아크로리버뷰신반포’(78.5㎡·37억5000만원) 등이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송파구에선 신천동 ‘파크리오’ 144.77㎡가 이달 10일 33억원에 거래돼, 이달 1일 거래건(32억원)보다 1억원 오른 가격에 신고가를 다시 썼다.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84㎡도 ‘넘사벽’ 수준으로 치솟았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84.97㎡·40억원)과 ‘반포리체’(84.96㎡·33억원), 강남구 삼성동 ‘래미안라클래시’(84.99㎡·32억8000만원), 대치동 ‘선경2차’(84.55㎡·30억원),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84.8㎡·27억원), 리센츠(84.99㎡·26억2000만원) 등이 이달 줄줄이 전고점을 뚫었다.
이는 정부가 추석연휴를 기점으로 집값이 안정세를 찾고 있다며 ‘부동산 하락론’에 힘을 더하는 와중에 나타난 거래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지난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주택시장이 안정 국면으로 진입하는 초기가 아닌가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달 초부터 같은 주장을 내놨다. 그는 지난 5일 “최근 부동산 가격의 가파른 오름세가 주춤하면서 꺾였다고 판단한다”고 했고, 26일에는 “(집값) 상승 추세가 주춤하고 시장 심리 변화 조짐이 점차 뚜렷해지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정부는 지난 8월 말 이후 주택공급 조치 가시화, 금리인상, 가계대출 관리 강화 등에 따라 집값 상승률이 둔화하고 있다는 점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률은 8월 셋째 주에서 9월 둘째 주까지 5주 연속 사상 최고치(0.40%)를 나타냈다. 이후 꾸준히 상승폭을 축소해 이번 주 0.28%를 기록했다. 서울은 8월 들어 7주 연속으로 0.20% 이상 상승률을 나타냈으나, 서서히 오름폭을 줄여 이번 주 0.16%를 기록했다.
다만, 강남3구는 소폭 변동하면서도 석 달 가까이 0.20%대 주간 상승률을 이어갔다. 이번 주 상승률은 강남·송파구가 0.23%, 서초구가 0.21%다. 노원구(0.20→0.15%) 등 최근 집값 상승이 가팔랐던 중저가 단지 밀집지역에서 오름폭 축소가 두드러졌다.
전문가들은 상급지로 갈아타거나 ‘똘똘한 한 채’를 찾는 수요가 여전한 것으로 봤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인 강남구 대치·삼성·청담·압구정동, 송파구 잠실동 등에선 ‘전세 낀 매물’은 거래가 이뤄질 수 없기에 유통 가능한 매물의 희소성만 더 부각된 상황이다. 매물 자체가 많지 않다 보니, 거래가 되면 신고가로 이어지는 구조가 굳어졌다. 그 외 지역에선 최근 상승한 전셋값을 바탕으로 갭투자가 가능해 전·월세계약을 끼고 똘똘한 한 채를 마련하려는 수요가 움직였다는 분석도 나왔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주택가격이 15억원을 넘으면 대출 자체가 안 되는데, 현재는 대출규제 강화 등에 대한 민감성이 덜한 계층의 주택 소비가 계속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희소성이 있고 장기간 가격 상승이 기대되는 주택을 찾는 것”이라고 봤다.
주무부처 장관 역시 강남 집값을 인위적으로 잡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노 장관은 “(서울 평균보다) 강남4구의 집값 상승률이 높게 유지되는 것은 그 지역의 주택 수요가 여전히 크고 똘똘한 한 채가 선호되기 때문”이라며 “어느 지역을 집어서 내릴 수 없고 잡는다고 잡혀지진 않는다. 요즘 세상에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격을 잡을 수 있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