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선 4개월 앞두고 결론내기 어려울듯
노형욱 장관 “어느 방향으로 갈지 말할수 없어”
철도산업 독점 우려에 대한 비판도 커져
향후 장기적인 계획으로 다룰 것이란 관측
LH 조직개편 결론은 사실상 차기 정부로 넘어가
[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 KTX를 운영하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SRT를 운영하는 SR 간 통합 문제가 차기 정부로 밀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철도 산업의 여러 이해관계가 얽힌 민감한 사안인 데다, 내년 대선을 4개월 여 앞두고 표심을 자극할 수 있는 현안이라 결정이 쉽지 않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통합을 결정할 경우 철도산업 독점에 대한 비판이 커지는 등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통합 문제를 이번 정부 내 결론내기보단 향후 장기적인 계획으로 다룰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7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그동안 올해 안에 코레일과 SR 통합 여부를 결정 짓겠다는 입장이었다. 강희업 국토부 철도국장은 지난달 12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코레일-SR 통합과 관련해 “경쟁 체제와 중복 비용 등에서 각각 장단점이 있을 수 있다"며 "전문가와 노조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과 이 사안을 논의 중인 만큼 4차 철도산업기본계획을 통해 연내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현재 한국교통연구원에 ‘제 4차 철도산업발전 기본계획’ 관련 연구 용역을 주고 코레일과 SR 통합 문제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 결과는 이르면 이달 발표될 예정이다.
용역 결과가 나온 이후 당장 통합이 확정되는 건 아니다. 통합 여부에 대한 결론은 코레일, SR, 국가철도공단 노사 관계자 등의 논의를 거쳐 방향성을 잡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최근 정부 내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당초 연내 결정하겠다는 방침에서 철도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더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방향이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코레일과 SR 통합 여부에 대해 "철도산업발전 용역을 통해 공기업 두 곳이 하나로 합쳐지는 게 효율적인지 아니면 서로 분담해서 경쟁하는 게 효율적인지를 판단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지금은 어느 쪽으로 갈지 말씀드릴 수 없는 단계"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분명한 것은 철도산업 민영화 같은 문제와는 다르다는 점이다. 철도의 공공성을 확보한다는 것이 대전제"라고 덧붙였다.
현재 코레일의 적자 해소를 위해 통합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철도 경쟁력 강화를 위해 경쟁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는 상황이다.
통합을 주장하는 철도노조 측에서는 코레일의 만성적 적자 해소를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SRT 개통으로 고속철도 수요를 빼앗기면서 코레일의 경영난은 악화했다는 주장이다.
통합을 반대하는 SR에서는 철도 경쟁력 강화를 위해 경쟁 체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SRT 개통 당시 KTX보다 넓은 좌석 공간 확보 등 차별화된 서비스와 저렴한 운임으로 선택의 폭을 넓히고 서비스 개선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철도 산업의 여러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표심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선뜻 결론내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조직개편안 결론은 사실상 차기 정부로 넘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국회 분위기가 대장동 사태 이후 개발사업에서 공공 역할은 강화하고 민간 이익은 최대한 환수하는 쪽으로 기류가 바뀌면서 LH 조직개편안 논의가 뒷전으로 밀렸다.
정부는 대장동 사태 이후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LH 조직개편을 사실상 원점에서 재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당초 정부안인 모자 방식의 수직 분리를 기본으로 하되, 다른 방식의 개편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