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택자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 상향에도
시장영향 미미…매물 출회 효과도 그다지
대출규제 등으로 주택수요 이미 줄어
전문가들 “대선 전까지 관망세 이어질 것”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매도자도 매수자도 크게 움직이지 않는 분위기예요. 양도소득세 완화 조치에 큰 기대를 안 하긴 했지만 매물도 그대로고 예상보다도 영향이 크지 않네요.” (서울 마포구 아현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주택시장이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와 금리인상 여파로 가라앉은 가운데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 기준 상향 조치가 시장에 이렇다 할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도세 부담 완화로 ‘갈아타기’ 수요가 늘면서 거래에 일부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시장 분위기는 차분하다는 게 일선 중개업계의 전언이다. 강력한 돈줄 죄기로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기준이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완화된 지 닷새째인 12일 시장에선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았다. 매물이 늘어나는 효과도 크지 않은 분위기다.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전날 기준 4만5456건으로 일주일 전인 4일(4만5114건)보다 0.8% 늘었다. 1주택자 양도세 완화 조치 이후 매물이 다소 늘긴 했으나 변화는 미미했다. 서울 아파트 매물건수는 지난 9월까지만 해도 3만6000건대까지 줄며 매물 잠김 현상이 두드러졌으나 10월 말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 발표 이후 거래가 급감하며 매물이 쌓이기 시작했고 12월 들어서는 4만건대 중반 선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강동구 고덕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1주택자가 양도세를 내린다고 집을 팔겠느냐”면서 “양도세 인하로 집을 내놓겠다는 문의나 상담은 딱히 없었다”고 전했다.
게다가 거래절벽 심화로 매물이 어느 정도 쌓여 있는 상황이라 1주택자 매물이 추가로 나온다고 한들 집값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집을 사겠다는 수요 자체가 적어진 탓이다.
실제 서울의 아파트 시장은 한 달 전부터 매도자가 더 많은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전환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6.4로 4주 연속 100선을 하회하며 하락세를 이어갔다. 민간조사기관인 KB국민은행의 집계로 보면 내림폭은 더욱 가파르다.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지난 10월부터 100선 아래로 내려왔고 지난주 57.4까지 떨어졌다. 이는 지난 2019년 6월 셋째 주(52.5) 이후 2년 반 만에 최저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1주택자가 집을 매각하는 것은 대부분 갈아타기 수요로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고 지금으로서는 대출금리 인상 등으로 갈아타기조차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를 완화해 재고 주택시장 내 잉여매물을 확보해야 가격 조정 등 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최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다주택자 양도세 일시 완화를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으나 정부가 “다음 정부에서 검토할 문제”라고 선을 그으면서 상황은 일단락됐다.
대선 국면에서 여야 후보가 부동산과 관련한 각종 정책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 만큼 내년 대선 전까지는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일반적으로 매도자와 매수자 사이의 거래가 정상적으로 순환되지 못할 경우 매물이 자연스럽게 쌓이고 급매물 위주로만 거래되면서 상승폭이 둔화되며 약세 전환으로 이어지게 된다”면서 “지금은 대출 금리 인상이나 대통령 선거라는 정치적 이슈까지 시장에 섞이면 수요층의 관망세는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