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하락 진입 직전”

아파트값 상승폭 축소 추세

비아파트 주거에 수요 급증세

경매에선 낙찰가율 고공 행진

“집값 상승 요인이 더 많아”

일시 조정 vs 약세 전환…혼돈의 서울 아파트 [부동산360]
서울 영등포구 63빌딩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밀집지역. [연합]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 진입 직전이다.” 지난 8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집값 고점론’을 또 꺼냈다. 2일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지금 부동산시장을 모니터링해보면 주택 가격 상승폭이 둔화하고 있고, 일부 지역은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고 한 연장선이다.

정부가 이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값 변동률 흐름, 매매수급지수 등이다.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 8월 넷째 주(0.22%) 이후 상승폭이 계속 줄어 이달 6일 기준 0.1%까지 축소됐다. 강북, 관악구처럼 보합 수준까지 오름폭이 줄어든 지역도 나타났다.

주택시장의 수요와 공급 추이를 보여주는 매매수급지수는 11월 셋째 주에 99.6으로, 100 밑으로 떨어진 후 지난주(96.4)까지 4주 연속 100을 밑돌고 있다. 이 지수가 100 아래로 떨어지면 ‘집을 팔겠다고 내놓은 집주인이 사겠다는 주택 수요자보다 많아졌다’는 뜻이다.

이태희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집값이 단기간 너무 올랐는데 7월 이후 대출 규제가 본격화하니 매수세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11월 말 종합부동산세 고지서가 발송된 후 다주택자 중에 똘똘한 한 채를 남겨두고 ‘팔자’ 움직임도 있다”고 설명했다.

주택시장이 이런 추세로 가다 정말 하락세로 돌아설까. 대다수 전문가는 최근 상황을 ‘매수세 축소’보다는 ‘관망·대기’ 상태로 평가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대형 규제대책이 발표된 후 반복적으로 나타났던 ‘규제 강화→거래 감소→상승폭 축소→집값 반등’의 패턴에서 ‘거래 감소→상승폭 축소’ 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건 몇 가지 근거가 있다. 일단 매수세가 여전하다.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출 규제를 덜 받는 오피스텔, 빌라(다세대·연립주택) 등에 사람들이 몰리는 게 첫 번째 이유다.

예컨대 올해 모든 주거상품 중 분양시장 최대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단지는 지난달 초 경기도 과천시 별양동에서 분양한 오피스텔 ‘힐스테이트 과천청사역’이다. 89실 모집에 12만4426명이나 신청해 최고 1398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 정도는 아니어도 요즘 서울 및 수도권 오피스텔 청약경쟁률은 수십 대 일이 기본이다.

오피스텔은 거래량도 역대 최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0월 서울 오피스텔 거래량은 3420건으로, 전월(3005건)보다 13.8% 늘었다. 같은 시기 아파트 거래량은 5750건에서 4316건으로, 25%나 줄었다. 서울 오피스텔 월간 거래량은 최근 계속 3000건 이상인데, 아파트 거래량은 1만건 이상에서 5000건 이하로 급감했다.

빌라 거래량은 아파트를 추월했다. 10월 거래량이 5776건으로, 모든 주택 유형 중 가장 많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보통 아파트 거래가 전체 주택 유형 중 가장 많은데, 올해는 벌써 7개월째 빌라가 아파트 거래를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규제를 피해 수요가 움직이는 ‘풍선 효과’다.

이영진 이웰에셋 대표는 “주택 수요자들이 대출, 청약 자격 등에서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비아파트 주거상품으로 몰리는 것”이라며 “이들 비아파트는 시세도 급등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매시장만 봐도 주택 매수세가 여전한 게 드러난다. 11월 법원경매시장에서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107.9%를 기록해, 9개월째 10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낙찰가율은 주택 매매시장의 선행지표로 여겨진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낙찰가율이 100% 이상인 건 경매 참여자들이 향후 집값 상승을 예상하고 감정가보다 높게 응찰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수요는 여전한데 주택 공급은 한참 모자란다. 국토부에 따르면 1~10월 수도권 주택 준공(입주) 실적은 19만841채로, 지난해 동기 대비 7.7% 줄었다. 직전 5년 평균과 비교하면 14.8% 적은 물량이다. 2~3년 후 입주로 이어지는 수도권 분양 실적은 올해 11만6301채로, 작년 동기 대비 14.2%, 5년 평균 대비 18.5% 감소했다. 특히 서울에선 8184채만 분양돼 작년 대비 69.1%, 5년 평균 비교 69.9% 감소했다. 이러니 향후 공급량은 절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3만1947채였던 서울 아파트 입주량은 내년엔 2만520채로 줄어든다.

이재국 금융연수원 교수는 “정부가 2·4 대책을 통해 서울 도심에 33만호 주택 공급을 약속했으나 주민 동의를 받는 과정을 거치면서 사실상 공급이 언제 이뤄질지 불투명한 상태”라면서 “재건축 규제, 분양가 통제로 실제로는 수도권과 서울 공급량이 계속 줄어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최근 주택 거래량이 2012년 이후 10년 이후 가장 적은 상황이기에 몇몇 거래 사례만 놓고 보면 급매물이 나타나 집값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고, 강남 등 인기 지역 최고가 거래도 나타나 혼란스러운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면서도 “다만 주택시장의 가장 기본이 되는 주택 수급 여건이나 대통령선거, 8월 이후 전셋값 폭등 가능성 등 집값 상승 요인이 하락 요인보다 훨씬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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