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신도시 대토보상 계약률 살펴보니
하남 교산 12%·인천 계양 10%
50%까지 높이겠다는 정부 목표에 한참 못미쳐
대규모 보상금에 토지·주택 가격 상승 촉발 우려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정부가 3기 신도시 토지보상금의 시장 자극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토보상을 늘리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중점적으로 추진해왔으나 하남 교산, 인천 계양 등의 대토보상 계약률이 10%대 초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토보상 비율을 전체 토지보상의 최고 5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밝혔던 것과 비교하면 부진한 성적이다.
최근 남양주 왕숙을 필두로 부천 대장, 고양 창릉 등에 대한 토지보상 작업이 순차적으로 시작되고 있는 가운데 수십조원의 토지보상금이 모두 현금을 풀릴 경우 부동산 시장의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토보상은 공공사업으로 자신의 땅이 수용되는 토지주에게 현금 대신 사업 시행으로 조성된 토지를 보상하는 제도다. 막대한 토지보상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면 시장 과열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로 2007년 도입됐다.
19일 국토교통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 따르면 하남 교산지구와 인천 계양지구의 대토보상 계약률은 각각 12%, 10%로 마감됐다. 당초 접수율은 이보다 높았으나 일부 인기 용지에 신청자가 몰리면서 계약률이 떨어졌다. 3기 신도시급 대규모 택지인 과천 과천지구의 경우 계약률이 14% 수준이다. 현재 2차 접수를 준비 중인데 LH는 토지주의 참여를 적극 독려할 계획이다.
이는 정부의 목표는 물론 앞서 대토보상을 진행한 주요 택지지구의 성적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국토부에 따르면 2014년까지 공공택지 사업지구의 대토보상 비율은 3%를 넘지 못했으나 2015년 15%로 확대되기 시작해 2018년 29%까지 상승하는 등 현금 대신 토지로 보상하는 비율은 확대돼왔다. 2018년 10월 보상에 착수한 수서역세권의 경우 대토보상 비율이 51%로 절반을 넘었고 고양 장항(35%)과 성남 금토(27%), 구리갈매역세권(23%) 등도 적지 않은 토지주가 대토보상을 택한 바 있다.
3기 신도시의 경우 지리적 여건이 좋은 토지가 많아 대토보상 비중이 확대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했으나 결과는 달랐다. LH 관계자는 “수익성이 높은 상업용지 등으로 신청하는 경향이 있다 보니 공동주택용지, 주차장용지 등에서 미달했고 전반적인 계약률도 떨어졌다”면서 “지구단위계획을 세울 때 용도별로 용지를 조성해야 해 토지주 입맛에 맞는 용지만 제공할 수는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3기 신도시의 대토보상 여건도 크게 다르지 않아 토지주의 호응을 얼마나 얻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달 토지보상에 착수한 남양주 왕숙지구는 내년 1월 대토보상 접수를 시작할 예정이고 고양 창릉지구, 부천 대장지구 등은 보상작업 착수를 위한 막바지 준비 중이다.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보상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기대와 달리 토지보상금의 대다수가 현금으로 지급되면 지역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고 업계는 우려한다. 통상 토지보상금은 인근 지역 부동산에 재투자되는 경우가 많아 국지적으로 토지·주택의 거래량이 늘거나 가격이 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업계에 따르면 남양주 왕숙, 고양 창릉, 부천 대장 등 3개 지구 토지보상금만 하더라도 12조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안산 장상 등 대규모 택지지구도 토지보상을 앞두고 있다. 현재 보상작업을 진행 중인 하남 교산과 인천 계양의 남은 보상비까지 더하면 내년 시장에 풀리는 토지보상금 규모는 20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내년 부동산 시장의 큰 변수 중 하나가 3기 신도시 토지보상 자금이 풀리면서 유동성이 증가될 수 있다는 점”이라며 “대토보상이 늘면 부동산 재투자 비율이 줄겠으나 보상 규모가 워낙 크고 현금 비중이 상당해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