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기간 둘러싼 분쟁, 조정사례 보니…
“계약기간 1년이지만…주임법은 2년 보장”
임차인만 ‘2년 미만 계약기간 유효함’ 주장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 “여기서 1년만 더 살게요.” 임대인 A씨는 임차인 B씨의 이런 요청에 따라 기존 임대차계약(2년) 만료를 앞두고 1년짜리 갱신계약을 맺었다. 이후 갱신계약 기간 만료일이 다가오자 A씨는 B씨에게 “당초 계약대로 퇴거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B씨는 “이 주택에서 1년 더 거주할 것”이라며 맞섰다. 이를 놓고 다툼이 생기자 A씨와 B씨는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했다.
분쟁조정위는 이에 대해 “임대차계약 갱신 시 계약기간을 1년으로 정했더라도 주택임대차보호법(이하 주임법)에 따라 계약기간 2년이 보장된다”면서 임차인의 손을 들어주는 조정 결과를 내놨다.
국토교통부·법무부가 최근 발간한 ‘주택임대차 분쟁조정 사례집’에는 이 같은 내용의 조정 사례가 담겼다. 집주인은 세입자가 1년짜리 전월세 계약서를 쓰고 퇴거한다고 약속했더라도, 2년 거주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위 사례의 조정은 임대차 기간 등을 규정한 주임법에 따라 이뤄진 것이다. 주임법 제4조에 따르면 기간을 정하지 않거나 2년 미만으로 정한 임대차는 그 기간을 2년으로 본다. 기간에 관한 규정은 신규·갱신계약에 모두 적용되며, 임차인만 2년 미만으로 정한 기간이 유효함을 주장할 수 있다.
다만, 정부는 ‘임대차 분쟁 가이드’에서 일시사용이 명백한 단기 임대차계약은 주임법이 적용되지 않으며 일시사용의 명백성은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해 판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례집에는 임차인의 2년 거주를 인정한 또 다른 조정 사례도 담겼다.
C씨는 일명 ‘전세 낀 집’을 매수해 임대인이 됐다. 이 집의 임차인이었던 D씨는 기존 임대차 기간 만료 후 C씨와 1년짜리 임대차계약을 맺었다.
C씨는 이 계약이 갱신계약이 아니라, 기존 계약의 만기를 변경한 것이라며 합의된 1년 후 주택을 인도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D씨는 기존 임대차계약과 동일한 조건으로 계약을 갱신한 것이라며 “임대차 기간을 2년 미만으로 정했으니 최대 2년간은 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분쟁조정위는 “기존 임대차계약 기간 만료 후 체결한 임대차계약은 만기 변경이 아닌 갱신된 임대차 계약으로 인정해야 한다”면서 “2년 미만 임대차계약의 계약기간도 2년으로 봐야 한다”고 확인해줬다.
일선 공인중개사들도 이런 갈등이 종종 발생한다고 전한다. 세입자도 당초 약속한 계약기간은 알고 있으나, 뛴 전셋값이나 개인 사정 등으로 이사 갈 집을 구하지 못하게 되면서 이런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중개사들의 설명이다. 집주인들은 세입자가 뒤늦게 2년 임대차 기간을 주장하는 건 부당하다며 하소연할 뿐이다.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이사 갈 집의) 입주일이나 인테리어 기간 등을 고려해 집주인과 세입자가 퇴거 시기를 조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가끔 세입자의 사정으로 몇개월 더 머물러야 하는 상황도 생기는데 집주인은 배려해줬다가 아예 눌러앉는 상황이 생길까봐 우려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