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심사
21일 발표 예정…EU 거절 가능성
4분기 통상금 반영…일시 적자 예상
지난해 대비 17%↑ 수주 가이던스 제시
새해 마수걸이 1조6700억원 수주 성사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이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한 데다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 가능성도 낮게 점쳐지는 등 악재가 겹쳤음에도 올해 낙관적인 업황 전망을 내놨다. 새해부터 목표치의 10%에 달하는 수주를 성사시키는 등 앞으로 2년치 이상 일감을 확보했는데도 매출 이상의 수주 목표를 설정했다.
기업결합심사 21일 발표·4분기 충당금 반영 예정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 조선해양 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유럽엽합(EU)의 기업결합심사 결과가 오는 21일 발표될 예정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2019년 3월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 후 EU를 비롯해 한국, 일본, 카자흐스탄, 싱가포르, 중국 6개국에 기업결합심사를 요청했다. 카자흐스탄과 싱가포르, 중국은 조건 없는 승인을 해 EU와 한국, 일본의 결정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EU는 같은 해 12월 기업결합 심사를 시작했으나 이후 심사를 3번 일시 유예한 뒤 지난해 11월 22일부터 심사를 재개했다.
그러나 EU에서 기업결합심사 신청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이 결합할 경우 전세계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시장을 독과점해 유럽 선사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업계에서는 양사의 LNG운반선 점유율을 70% 안팎으로 보고 있다. LNG운반선은 탄소중립 기조와 국제해사기구의 규제 강화에 따라 향후 수요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대중공업그룹은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4분기에 일시적인 적자가 예상된다. 대법원은 지난달 16일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미지급된 임금을 지급하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현대중공업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그룹은 근로자 3만8000여명에게 통상임금 소급분 약 630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한국조선해양 3000억원, 현대미포조선 1000억원의 충당금을 반영해야 하는데 충당금의 70%는 영업비용, 30%는 영업 외로 반영이 예상된다.
지난해보다 수주 가이던스 17%↑…‘자신감’
이같은 악재가 겹친 데다 조선업 시황 자체가 변동성이 큼에도 불구하고 현대중공업 그룹은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계열사들이 수주 호실적 거두며 향후 2년 이상으로 일감을 충분히 확보했는데도 전년보다 높은 수준으로 수주 목표를 설정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지난 3일 발표한 2022년 수주 가이던스를 보면 현대중공업은 113억달러, 현대삼호중공업은 46억달러, 현대미포조선은 36억달러로 설정했다. 이는 지난해 초 현대중공업그룹이 제시했던 수주 가이던스 대비 17%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해 수주 실적과 비교하면 올해 수주 가이던스는 현대중공업 235%, 현대삼호중공업 16%, 현대미포조선 25%씩 감소했다. 지난해 수주량이 이례적으로 폭증했던 탓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지난해 수주 실적은 직전년도 대비 120% 증가했고, 2021년 초 제시했던 가이던스를 49% 초과했다.
당장 새해 마수걸이 수주에서 LNG추진 대형컨테이너선 6척, 대형 LNG선 1척, 피더 컨테이너선 3척 등 선박 10척을 1조6700억원 규모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는 올해 조선해양 부문 수주 목표 174억 4000만달러의 9.4%에 달하는 수준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51척 이상의 발주가 예정돼 있다고 보고 있다.
이같은 낙관적 전망은 현대중공업그룹의 신년사에서도 엿볼 수 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은 지난달 31일 임직원들을 향해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이 중심이 된 조선부문은 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 일감부족의 고비를 넘어서고 있다”며 “불과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일감이 없어 힘들었는데, 이제는 수주된 물량을 납기 내에 인도해야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