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현실화 가속… 그 중심에 ‘메타버스’

Z·알파세대, 디지털현실은 친근한 ‘고향’

20년 내 완벽한 디지털 세계 구현 전망

기업·조직도 AI트랜스포메이션 시급

인간 뇌 닮은 ‘초거대 AI’ 향후 주목

한계 보완·해결하는 열린자세 가져야

[북적book적]또 하나의 현실 ‘디지털 대항해시대’  열렸다
“메타버스는 체화된 인터넷, 몸을 지닌 인터넷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단지 보고 들을 수 있었을 따름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정보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체화된 인터넷은 이전의 인터넷과 다릅니다.”(‘메타버스 사피엔스’에서)

디지털 지구에서 한국의 경복궁과 미국 워싱턴의 백악관을 차지하고 있는 이는 중국인들이다. 한국인은 광화문 일대를 집중적으로 사들였지만 경복궁 담을 넘지는 못했다. ‘어스2’라는 디지털 지구에서 벌어진 일이다. 가상 부동산이지만 사고 팔 수 있고, 사려는 이들이 많으면 값은 뛴다. 복잡한 절차로 현금화하기는 쉽지 않지만 이곳의 가장 활발한 투자자는 한국인이다.

새로운 기술이 생활 속으로 훅 들어오면서 기업은 물론 개인들도 변화의 속도에 현기증이 날 정도다. 메타버스, NFT, AI는 정확한 개념을 숙지하기도 전에 생활 속에 퍼져가고 있다. 레스토랑과 호텔에선 로봇이 서비스하고, 가상인간이 인플루언서로 주목받고 있으며, 가상공간에서 일하고 돈을 벌기도 한다. 뇌과학자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는 “디지털 대항해시대”가 본격화됐다고 말한다. 또 하나의 현실을 갖게 된 것이다. 이런 현실과 다가올 미래를 이해하고 준비하는데 도움을 주는 책들이 이번 주 다수 출간됐다.

[북적book적]또 하나의 현실 ‘디지털 대항해시대’  열렸다

김대식 교수는 ‘메타버스 사피엔스’(동아시아)에서 21세기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칠 트렌드로 ‘탈현실화’를 든다. 그 중심에 메타버스가 있다. 메타버스는 10년 후에나 나타났어야 하는 기술이지만 팬데믹으로 빨리 도래했고, 관련 기술이 급격히 발전할 것으로 김 교수는 내다본다.

지난해 페이스북이 사명을 메타로 변경, 메타버스 관련 직원을 1만명 더 늘리고 관련 기술 개발에 1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히고, 현실과 흡사한 게임을 구현해내는 에픽스게임이 메타버스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한 것 등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VR 헤드셋 오큘러스 퀘스트는 지난해 810만대가 팔렸으며 뇌 신경 활동을 감지, 기계를 움직이고 정보를 입력하는 기술도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메타버스가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또 하나의 현실, 디지털 현실 플랫폼이 돼가고 있는 것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탈현실화된 미래는 서로 다른 여러 개의 현실들로 갈라진 다중현실의 모습을 띤다. 사이버 공간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취향과 신념에 맞는 것만 선택하고 알고리즘의 추천을 받아 비슷한 사람끼리 모이고 갈라진다. 저자는 이런 다중현실을 가속화하는 게 메타버스라고 말한다.

뇌과학자로서 우리가 어떻게 가상세계를 현실처럼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설명해나간 부문은 여타 메타버스 관련 책들과 확연히 구별되는 지점이다. 감각기관을 통해 받아들인 정보를 뇌가 어떻게 처리하고 현실을 재구성해내는지, 뇌를 모방한 인공신경망이 실제현실과 구별 불가능한 현실을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등을 차근차근 알기쉽게 설명해 놓았다.

현재 메타버스 구현은 초보 단계로 저자는 빠르면 20년 안에 완벽한 디지털 세계 구현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본다. 인터넷과 모바일은 디지털 세계로 가는 징검다리일 뿐이다. 인터넷에서의 경험은 몸의 경험과 일치 하지 않기 때문이다. 메타버스는 다르다. 몸의 경험과도 일치하고 여러 개의 분신도 가능하다. 특히 뇌가 완성되는 결정적 시기에 디지털세계가 익숙해진 Z세대와 알파세대에게 가상공간은 가장 편안한 ‘고향’으로 인식된다. 이들이 새로운 현실 메타버스로 이주하는 건 시간문제다. 우리는 뇌과학적으로도 호모사피엔스의 마지막 여정이 될 지도 모를 디지털 대항해를 시작할 준비가 됐다는 얘기다.

[북적book적]또 하나의 현실 ‘디지털 대항해시대’  열렸다

데이터 과학자 김태헌의 공저 ‘AI 소사이어티’(미래의창)는 자율주행차, 가상인간, 메타버스 등 4차산업혁명을 관통하는 AI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사회를 소개한다. 책은 복잡한 AI기술을 설명하는 대신 AI 사회의 특징과 해결해야 할 과제 등을 조목조목 살핀다. 특히 AI의 능력을 크게 다섯 가지로 구분, 우리가 경험하게 될 혜택들을 보여주는데, 즉 예지력, 여과력, 인지력, 이해력, 창조력 등에서 AI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 예로, 2016년 스탠퍼드대 연구원들은 AI 시스템을 이용, 3~12개월 사이 환자의 사망 여부를 정확하게 예측해는데 성공했다. 실험 결과를 보면, 3~12개월 사이에 사망할 것으로 예측된 환자 10명 중 9명이 실제로 그 기간에 사망했고, 12개월 이상 생존이 예측된 환자 중 95%가 예상대로 1년 이상 생존했다.

저자는 앞으로 20년은 모든 분야에서 ‘AI화’가 진행될 것이라며, 기업과 조직의 AI트랜스포메이션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AI화 되지 않고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혁신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핵심기술, 인터페이스, 인프라 등 여러 방면에서도 다르다.

향후 가장 주목받을 AI키워드는 ‘초거대 AI’. 이는 뛰어난 컴퓨팅 인프라를 기반으로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만들어지는 AI로 특정 용도에 한정하지 않고 종합적이고 자율적으로 사고하고 학습하며 판단, 행동하는 인간 뇌와 거의 같다. 한번 개발하면 수많은 영역에서 사용이 가능하며, 신사업 구축이나 서비스와 상품 설계, 디자인 등 모든 영역에 투입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런 거대 AI의 먹이는 한마디로 빅데이터로 이 점에선 중국이 가장 앞서 있다.

저자는 AI를 빅브라더와 동일시하며 막연한 두려움을 갖는 대신 기술이 가진 한계와 단점을 또 다른 기술로 보완하고 해결해 나가는 열린 자세를 강조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메타버스 사피엔스/김대식 지음/동아시아

AI 소사이어티/김태헌, 이벌찬 지음/미래의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