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설립 통한 이주비 지원 등 금전적 인센티브 내세워
일반분양가 4800만원 공약…업계 “다른 사업장도 똑같이 요구할 것”
“분양시기 잘못만나면 고분양가 논란에 미분양 날 수도”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경기도 안양에 분양가가 4800만원이라뇨. 앞으로 다른 동네에서도 다 그 수준으로 요구할텐데 어떻게 감당하려는지 모르겠네요. 지금은 당장이 위기니까 파격 조건 내세워 수주했다고 치더라도 지속가능하지 않은 방법입니다.”(건설업계 관계자)
광주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이후 재기 불가할 것으로 여겨졌던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이 경기도 안양시 관양동 현대아파트 재건축 시공사로 최종 선정됐지만 업계에선 뒷말이 이어지고 있다.
1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HDC현산은 관양현대아파트 재건축 조합에 파격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분양을 조건으로 일반분양가 3.3㎡당 4800만원을 보장했다. 미분양 발생시엔 대물변제를 통해 조합원들의 이익을 보장한다고도 공약했다.
또, SPC(법인) 설립을 통해 사업비 2조원을 조달해 이주비 등을 지급하고 조합원 사업추진비로 가구당 7000만원을 즉시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과반수 이상의 조합원이 현산의 손을 들었다. 시공사 수주전이 벌어지는 동안 현대아파트 단지 내부에는 ‘보증금 돌려줄테니 제발 떠나달라’, ‘재산과 목숨을 현산에 맡길 수 없다’ 등의 현수막까지 붙었기에 더욱 극적인 승리였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대아파트를 계승해 또다시 현대가 지어야 한다는 고정 지지자 조합원층이 약 30% 정도 되는데, 여기에 조합원들이 가장 민감한 금전적인 부분에서 확실히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약속한 것이 다른 조합원의 마음도 돌렸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독이 든 성배’에 가깝다는 평도 있다. 일반분양가 4800만원이 서울 내 사업장에 견줘 너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산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하고 있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이 분양가 4000만원 언저리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앞으로 현산이 수주하는 사업장에서 관양현대에 제시한 조건 이하로는 조합원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고분양가로 인한 미분양 가능성도 제기된다. 후분양 시기가 주택시장 경기가 안 좋을 때와 맞아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여전히 광주 사고에 따른 시장 퇴출 위험 역시 남아있다. 건설산업기본법상 최장 1년9개월간의 영업정지에 처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서울시도 건설업 등록 말소를 포함한 강력한 행정처분을 하겠다고 밝혔고, 나이스·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등 주요 신용평가사는 현산의 신용등급을 A+로 유지하면서도 ‘부정적 검토’ 대상에 등록했기 때문이다.
한편, 현산은 관양현대 재건축 외에도 둔촌주공, 개포주공1단지, 이문3구역(재개발) 등 정비사업 공사에 발 담구고 있는 만큼 시장의 높은 주목도가 한동안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