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 IT업계 최상위권 회사인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 중 한 곳에 다니는 A씨. 최근 회사 법인카드로 다른 지인 개발자에게 고급 식사를 대접하며 본인 회사로의 이직을 권유했다. A씨 회사는 ‘경력 개발자 영입’을 적극 독려하며 법인카드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권유를 받은 B씨는 “이직 생각이 들던 차에 해당 회사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으니 관심이 생기더라”며 “진지하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IT업계 개발자 몸값이 높아질 대로 높아졌다지만 여전히 경력 개발자 영입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네카라쿠배’로 불리는 상위 회사 간 서로 뺏고 뺏기는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하반기 채용시장이 활발해지며 IT회사 간 경력 개발자 ‘모시기’가 과열되고 있다. 인사·홍보직원이 아닌 일반 실무 개발자가 다른 회사 개발자를 영입하는 데 드는 비용을 법인카드로 처리하도록 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일례로 지인 개발자를 만나 식사를 하며 자신의 회사 처우 및 환경을 소개하며 이직을 권유하는 것을 법인카드로 비용 처리하는 것이다.
본인이 추천한 개발자가 입사하면 추천인에게 포상으로 300만~500만원을 지급하는 건 기본이다. 그야말로 능력 있는 개발자를 모시기 위한 ‘쩐의 전쟁’인 셈이다. 일례로 네이버도 지난 2020년 7월 ‘임직원 추천제도’를 도입했다. 당시 피추천인에겐 200만원이 지급됐지만 현재 포상 수준은 500만원으로 상승했다. 배달의민족 역시 오래전부터 포상을 포함한 사내추천제도를 운용 중이다.
개발자 인건비는 지난 코로나19 시국 동안 끝없이 치솟았다. 올해 들어 인건비 부담이 높아지며 지난해 같은 인센티브, 수천만원대의 샤이닝 보너스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개발자들이 선호하는 소수 회사 사이의 이직은 여전히 활발하다.
업계 관계자는 “처우·복지가 비슷한 소위 A급 개발자들도 각자에게 맞는 회사를 찾아 이직하려는 경향이 많다”며 “회사 역시 능력 있는 개발자가 절실하기 때문에 사내추천제도 등이 활발하게 운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규모에 따른 개발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점차 심화되고 있다. 개발자 채용을 위한 출혈경쟁이 가능한 대기업은 주 5일 원격근무, 워케이션제도 등을 도입하며 공격적으로 인원을 모집하고 있다. 그러나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 스타트업에 고스펙 경력 개발자 영입은 ‘그림의 떡’이다. 신규·경력 개발자 채용을 진행해도 지원자 수가 미달되는 경우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