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기준 연간 집값 상승률 11.1%
지난해 3분기 26.4% 대비 15.3%p 하락
56개국 가운데 집값 상승 둔화세 가장 뚜렷
“인플레이션·금리인상 등에 집값 하락 예상”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우리나라의 지난 6개월간 집값 상승률 둔화 폭이 세계 주요 56개국 가운데 가장 크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후 과열됐던 주택시장이 인플레이션과 주요국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하강기로 접어든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주택가격 둔화 현상이 두드러졌다는 의미로 읽힌다.
18일 영국 부동산정보업체 나이트 프랭크의 ‘2022년 1분기 글로벌 주택가격 지수’(Global House Price Index)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의 주택가격은 1년 전보다 11.1%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조사 대상 주요 56개국 가운데 25번째로 높은 수치다. 전체 56개국의 평균 집값 상승률(10.2%)보다는 소폭 높았지만 지난해 3·4분기 조사에서 각각 2위와 8위를 기록하며 선두그룹에 포함됐던 것과는 상황이 달랐다.
실제 우리나라의 집값 상승률 둔화세는 뚜렷했다. 지난해 3분기 집계한 연간 상승률(26.4%)과 비교하면 반년 만에 15.3%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56개국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이다. 뉴질랜드가 지난해 3분기 21.9%에서 올해 1분기 13.6%로 8.3%포인트 줄며 그 뒤를 이었으며 ▷스웨덴 ▷칠레 ▷페루 ▷홍콩 ▷호주 ▷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등의 순이었다.
나이트 프랭크는 코로나19 팬데믹과 그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문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전 세계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어 향후 집값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생활비가 치솟는 시기에 부채 비용이 증가하며 가처분 소득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금리는 주거 이전·상향 능력과 직결되는데 주요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있어 주택가격 하향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
현재 미국과 영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은 물론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로 통했던 유럽중앙은행(ECB)조차 금리를 인상한 상황이다. ECB의 경우 지난 7월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밟아 6년간 유지해온 제로금리에서 벗어났고 이달 들어서는 역대 첫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까지 단행했다.
다만 대부분 나라에서 주택 공급 부족, 탄탄한 가계 재무구조, 높은 주택 소유욕 등으로 연착륙이 예상된다고 나이트 프랭크는 분석했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집값 상승률은 56개국 평균 3.3% 수준으로 비교적 낮게 나타났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여파로 풀이된다. 한국도 6.7%를 기록하며 18위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터키의 경우 올해 1분기 기준 연간 집값 상승률이 110.0%를 기록하며 사실상 임계치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물가 상승률을 뺀 실질 수치는 30.3%로 줄었다.
나이트 프랭크는 국가통계포털(KOSIS) 등 각국의 당국 통계를 바탕으로 분기마다 글로벌 주택 가격 지수를 집계해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