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직거래된 하락 매매 2건 모두 가족 간 거래

증여 의심 제기…구청측 세무서로 관련 내용 통보

급매물 위주 거래 흐름 속 편법 증여 활개 가능성

11억이나 싼 직거래 알고 보니…하락기 틈탄 편법 증여 의심 거래 속출 [부동산360]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동양파라곤 전용면적 180㎡는 지난 4월 두 차례에 걸쳐 22억4000만원과 24억5000만원에 손바뀜됐다. 당시 시세 34억원보다 11억6000만원, 9억5000만원 낮은 가격에 체결된 직거래 계약에 중개현장에선 가족이나 친척 또는 채무관계가 얽힌 특수관계인 간 거래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헤럴드경제가 강남구청을 통해 해당 계약의 매수·매도인을 확인한 결과 이들은 실제 가족 관계로 파악됐다. 증여 의심이 제기된 데 대해 강남구 측은 관련 자료를 관할 세무서로 통보했다고 밝혔다.

주택시장 침체로 급매물 위주의 하락 거래가 이어지는 가운데 편법 증여가 의심되는 직거래가 속출하고 있어 철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주택 거래건수가 극히 적어 시세를 가늠하기 어려운 데다 호가를 낮춘 급매물이 대거 출회하며 시세를 끌어내리고 있어 이런 상황을 틈타 증여세를 회피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관측이다.

2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두 달간 신고된 9억원 초과 서울 아파트 직거래 23건 가운데 10건은 직전 거래가격보다 3억원 이상 낮은 가액에 거래된 계약으로 파악됐다. 10건 중 4건 이상은 현행법상 ‘정상 매매’의 범주에 들어오지 않는 거래라는 의미다. 증여세법은 대가와 시가의 차액이 시가의 30% 또는 3억원을 넘을 경우 증여세를 부과하게 돼 있다.

실제 이들 직거래 내역을 살펴보면 시세 대비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손바뀜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자이개포 전용 84.7㎡는 지난달 25일 15억원에 매매됐는데 이는 지난 14일 기준 부동산뱅크 시세 28억~30억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올해 1월 직거래가(20억8273만원)보다 5억원 이상 낮은 것은 물론 지난해 12월 체결된 직전 중개거래가(24억원)보다 9억원 저렴하다.

강남구 도곡동 대림아크로빌 전용 130.5㎡도 지난달 8일 21억6597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는데 이는 6개월 전 거래가(27억7000만원)보다 6억원 이상 낮은 가격이었다. 용산구 이촌동 삼익아파트 전용 104.9㎡의 경우 이달 15일 직전 매매가(1월, 23억3500만원)보다 5억6300만원 내린 17억7200만원에 거래됐다.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시장 분위기를 고려하더라도 가격 내림폭이 과도하게 크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가족이나 친인척, 지인 등 특수 관계에서 편법으로 증여하기 위한 거래일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다수의 거래가 강남권에 집중돼 있는데 강남권 초고가 아파트의 경우 시세 하락이 비교적 더딘 데다 일부 단지에선 신고가 경신 거래까지 나오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 거래’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최근 직거래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편법 증여가 의심되는 이상 거래에 대해선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일 신고 기준 올해 1~8월 서울의 아파트 매매 직거래 비중은 월 평균 13.7% 수준으로 지난 5월에는 20.5%까지 치솟은 바 있다.

김종필 세무사는 “저가 양도의 경우 차액이 기준금액을 넘어서면 그만큼 양도세를 부과하고 추가로 가산세가 추징될 수 있다”며 “가격이 내려가는 시기라면 기준점인 시가가 더 내려가게 되는데 내년부터 증여 시 취득가액이 공시가격에서 시가로 바뀌기 때문에 연말까지 지켜보다가 저가 양도를 실행할지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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