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기대감, 경기 침체 겹치며 시장 혼조

같은 기간 5단지는 신고가...11단지는 신저가

“고금리 불안보다는 재건축 기대감 영향 전망”

서울 양천구의 목동신시가지 11단지의 모습. 이민경 기자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 조치가 하나씩 발표되면서 노후 단지들이 밀집한 서울 양천구 목동의 아파트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한쪽에서는 극심한 부동산 경기 침체 탓에 고점 대비 20% 넘게 하락한 매매 거래가 속출하는 반면, 바로 옆 단지에서는 1~2억원이 오른 신고가 거래가 나오는 등 집주인과 매수자 모두 혼란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2일 국토교통부 부동산 실거래가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5단지의 전용 143㎡은 최근 28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2020년 26억원에 저층이 거래된 이후 한동안 거래가 없던 대형 크기 아파트로, 전용 83㎡ 역시 최근까지 거래가 없다가 21억원에 매매가 이뤄지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바로 옆 목동신시가지7단지 역시 전용 66㎡가 최근 19억2500만원에 거래됐는데, 지난해 같은 크기가 17억원에 거래된 이후 1년여 만에 거래가 이뤄지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목동의 한 공인 대표는 "해당 단지의 현재 시세를 고려하면 비교적 급매 거래가 이뤄진 것"이라며 "현재 더 낮은 가격에 나온 급매 물건들이 있는데, 한동안 거래가 없던 단지다 보니 직전 거래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신고가 거래가 이뤄진 두 단지는 모두 지난 1986년 준공된 노후 단지들로, 최근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이 큰 곳이다. 주변 단지들은 일찍부터 '재건축 유망주'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먼저 사업을 추진한 일부 단지들이 2차 정밀안전진단(적정성 검토)을 넘지 못해 사업이 좌초된 바 있다. 그러나 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 발표를 앞두면서 사업에 다시 속도를 낼 것이란 기대감은 높아졌다.

그러나 재건축 기대감 속에서도 일부 단지에서는 하락 거래가 나타나는 등 시장은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11단지의 경우, 지난 6월 전용 51㎡가 9억원에 거래됐는데, 최근 같은 크기 아파트가 다시 9억8000만원에 거래되며 시세보다 낮게 거래됐다. 지난 4월 12억4500만원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최대 27% 하락한 셈이다.

12단지 역시 최근 하락 거래가 이뤄졌는데 전용 71㎡가 13억3000만원에 거래되면 직전 거래액 15억4000만원 대비 13% 하락을 기록했다. 13단지 역시 최근 전용 98㎡이 17억4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직전 거래액(20억1000만원)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하락했다.

단지마다 신고가와 신저가가 엇갈리면서 주민들은 혼란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목동 신시가지10단지에 거주 중인 한 아파트 소유주는 "주민회의에서는 재건축이 곧 이뤄질 것이라며 기대감에 찼는데, 바로 옆 단지에서 신저가 소식이 들리니 혼란스럽다"라며 "같은 아파트인 것 같아도 최근 매매 기록에 따라 단지 분위기가 다른데, 학부모 모임에서도 최근 아파트값 얘기가 화두"라고 했다.

다만, 정부가 목동 단지들의 가장 큰 숙원이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 방안을 연내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가격 상승 요인이 더 강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재건축 단지의 경우, 가격 등락 폭이 큰 경향을 보이는데, 일부 하락 거래의 경우 증여로 보기 어려운 경우도 있는 걸 봐서는 경기 침체에 따른 급매로 보는 것이 맞겠다"라면서도 "재건축 기대감에 따라 고금리가 조금 부담이 되더라도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앞으로는 신고가 경향이 더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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