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그룹주, 개장 10분만에 시총 3조5000여억원 증발
지난 주말 카카오 데이터 관리 시설 화재로 카카오의 서비스가 장애를 일으킨 가운데 17일 서울시 여의도에서 한 직장인이 떨어지는 카카오의 주가를 보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재난 대응 부실 논란까지 불거진 카카오와 계열사들 주가가 17일 장 초반 급락했다.

이날 오전 9시 5분께 유가증권시장에서 카카오는 8.85% 하락한 4만68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시초가는 전 거래일보다 6%가량 하락한 4만8000원에 형성됐다.

코스닥 종목인 카카오게임즈(-7.19%),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카카오페이(-8.73%), 카카오뱅크(-8.29%)도 전 거래일과 비교해 7∼8%대 급락했다.

카카오게임즈를 제외한 카카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3개사는 모두 개장 직후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 거래일인 이달 14일 총 39조1660억원이었던 카카오 계열사들의 시가총액은 이날 개장 이후 10분 만에 3조4761억원이 감소해 35조6899억원으로 줄었다.

화재가 난 판교 데이터센터 운영 책임이 있는 SK 주식회사 C&C의 지주사인 SK 주가도 장 초반 전 거래일보다 5.83% 하락한 19만4000원에 거래 중이다.

앞서 15일 오후 3시 30분께 경기도 성남시 판교 SK C&C 데이터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해 카카오톡과 포털 '다음'을 비롯한 다수 카카오 서비스와 네이버의 일부 서비스, SK 관계사의 홈페이지 등에서 오류가 발생했다. 전국민이 이용하는 카카오톡 메시지 수발신은 16일 오후 5시께 정상화됐다.

증권사들은 이번 사태로 '재난 대응 부실' 논란까지 불거진 카카오에 대해 단기적으로 주가에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짚었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카카오톡) 송수신 중단은 10시간 정도였으나 16일까지 비즈보드 광고 판매가 중단됐고 모빌리티와 선물하기, 페이지 등도 1∼2일 분량의 매출이 발생하지 못했다"며 "4분기 매출 최대 1∼2%가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정확한 규모를 예측하기는 이르지만 카카오의 대부분 서비스가 멈췄다는 점에서 카카오 국내 사업의 전체 일매출인 약 150억원 이상이 감소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카카오톡 유저 이탈, 택시·대리운전·선물하기 등 서비스 중단으로 인한 매출 감소, 브랜드 이미지 하락 등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전 국민이 이번 사태로 인해 불편함을 겪었고 카카오의 다양한 플랫폼 서비스의 브랜드 프리미엄이 퇴색됐다"며 카카오 목표주가를 10만6000원에서 6만5000원으로 내렸고, 한국투자증권도 카카오 목표주가를 10만원에서 8만원으로 하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