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전체 학생 수가 100명도 안 되는 경상남도의 한 시골 초등학교가 교사의 아동학대 혐의로 일부 학생들이 집단으로 등교를 거부하고 경찰 조사가 진행되는 등 시끄럽다.
경남의 A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은 지난 21일부터 B 교사의 막말에 항의해 등교하지 않고 있다. 일제시대 설립돼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이 학교는 현재 5학년이 한 학급뿐이며 학생 수도 모두 12명에 불과하다.
학부모가 제공한 학생들의 진술서를 보면 B 교사의 막말은 동료 교사도 믿기 어려울 정도로 놀랍고 충격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부모는 너를 싫어해서 괴물로 키우는 것이다" "너희들보고 개새끼라고 한 이유는 개가 요즘 사람보다 잘 대접받고 있기 때문이다" "네가 이러고도 학생이냐, 농사나 지어라" "너희 부모는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 "부모를 데려오면 교권 침해다" "1학년보다 공부 못하는 새끼들" "1학년보고 형님이라고 불러라" 등 막말과 욕설로 아이들을 모욕했다고 한다.
"애인이 있으면 휴대폰과 화장품을 책상 위에 놔둬도 된다"라는 말도 했다고 하는데 아이들은 왜 이런 말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1학년 담임이었던 B 교사의 이런 아동학대는 올해 여름 방학이 지난 후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게 아이들의 평가다. 또 5학년 담임의 경우 자신이 책임지는 반 학생들이 B 교사에 의해 막말로 정신적인 충격을 받는 걸 뻔히 보고도 수수방관해 문제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런 사실을 자녀들로부터 전해 들은 학부모들은 매우 놀라 학교 측에 강력히 항의했으며 24일 교장과 면담을 하고 B 교사와 5학년 담임의 처분에 대해 논의했다.
학부모 대표에 따르면 교장은 이 자리에서 "죄송하다"고 사과하면서 "B 교사와 5학년 담임을 2개월 병가 조치한 후 다른 학교로 전근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B 교사가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직접 사과하고 교직을 떠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B 교사의 행태를 볼 때 다른 학교에 가서도 막말과 아동학대가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했다. 또 학생들의 심리치료도 요구했다.
학교 측은 학부모들의 요구를 수용하기로 했으며 더 나아가 B 교사를 아동학대로 경찰에 고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B 교사는 25일 학생과 학부모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그는 먼저 학부모들에게 "죄송합니다"고 말한 후 학생들에게 "부적절한 언행으로 마음 아프게 해서 미안하다. 깊이 반성한다. 부모를 폄훼하는 말을 했는데 제정신이 아니었다. 더 반성하고 공부해서 다시 아이들 앞에…"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일이 많이 힘들었던 점도 토로하며 아이들에게 사과를 받아줄 수 있는지 물었으나 대부분 아이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애들이 용서해줄 동안 학교를 쉬겠다. 다시 기회를 줄 수 없겠냐"고 재차 물었지만, 아이들은 싸늘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교직에 몸담은 후 이런 일은 처음 봤다. 경찰과 군청에서 동시에 아동학대 혐의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학부모 대표는 "B 교사는 사과하면서도 교단에 다시 복귀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학부모들은 모두 반대한다. B 교사와 아이들을 같이 있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게 우리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심리치료에 들어갔으며 등교 여부는 이후 상황을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