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서울 미분양, 전달보다 17.9% 늘어
마포구가 245가구, 강북·구로·도봉구 등
고분양가·나홀로 단지 등 미분양 증가세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청약불패’ 지역으로 꼽혔던 서울에서도 미분양 주택이 계속 쌓이고 있다. 일부 단지들은 무순위청약을 반복하며 ‘미분양 털어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몇 달이 지나도록 물량 소진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금리 인상으로 금융 부담이 커진 데다 집값 하락이 맞물리며 청약 수요가 급격하게 쪼그라든 상황에서 분양가, 입지 등에 따른 옥석 가리기도 심화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일 국토교통부·서울시 등에 따르면 올해 9월 서울의 미분양 주택은 전월보다 17.9% 늘어난 719가구(13개단지)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6월(719가구)과 동일하게 올 들어 가장 많은 수준이다. 이전에 서울 내 미분양 물량이 700가구를 넘어섰던 것은 2019년 3월(770가구)이 마지막이었다. 미분양 주택은 2020년 3월부터 24개월 연속으로 두자릿수에 머물렀지만, 올해 3월 세자릿수로 올라선 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서울에서는 마포구의 미분양 물량이 245가구로 가장 많았다. 지난 5월 공급된 마초구 노고산동의 도시형생활주택 ‘빌리브 디 에이블’의 256가구 중 245가구가 5개월째 주인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단지는 신촌역 역세권 입지임에도 전용 38~49㎡의 분양가가 7억8000만~13억7000만원에 달하는 데다 나홀로 단지라는 점이 맞물리면서 수요자들에게 외면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어 ▷강북구(183가구) ▷구로구(69가구) ▷도봉구(60가구) ▷동대문구(50가구) ▷용산구(41가구) ▷금천구(34가구) ▷강동구(32가구) ▷광진구(3가구) ▷중구(2가구) 등의 순으로 미분양 주택이 많이 나왔다. 올 들어 분양시장 침체 속에 고분양가와 비선호 입지, 소형 평형, 나홀로 단지 등이 더 부각되면서 계약포기자가 속출한 단지들이 대부분이다.
용산구에선 원효로2가 일대에 들어서는 ‘용산 씨모어’(41가구)가 완판에 실패하면서 4년 8개월 만에 미분양 물량이 발생했다. 서울 핵심 입지에 조성되긴 하나, 전용 26~29㎡의 분양가가 8억4500~8억9500만원에 형성되면서 수요자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규모 아파트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강북구 수유동과 미아동에 각각 들어서는 ‘칸타빌 수유 팰리스’(118가구)와 ‘포레나 미아’(65가구) 등이 그 사례다. 이들 단지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 강북구에 조성되면서 전용 78~84㎡의 분양가가 11억원대 안팎에 책정돼 고분양가 논란에 휘말렸다.
올 들어 미계약분에 대해 청약 허들을 낮춰 수차례 무순위청약(미계약분 등에 대해 추첨으로 당첨자를 정하는 방식)을 거쳤음에도 여전히 주인을 찾지 못한 물량이 남았다. 청약 경쟁률이 1:1을 넘으면 무조건 무순위청약으로 잔여가구를 공급해야 하는 탓에 ‘n차’ 무순위청약도 반복되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자 국토부는 분양시장의 흐름을 주시하면서 무순위청약 제도도 살펴보겠다는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무순위청약은 해당 지역의 무주택자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건설사와 분양사들의 자의적인 처분을 막기 위해서 마련된 제도”라면서 “시장 상황이 작년과 달라지면서 최근 1주택 청약 당첨자에 대한 기존 주택 처분기한 규제를 완화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검토를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