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KB주택구입잠재력지수 2.5로 급락
중산층, 주택재고량 140만채 중 하위 3만채만 감당 가능
KB-HOI·HAI 지수 모두 하락세 이어져
집값 하락폭 커진 4분기이후엔 반등할 수도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집값이 떨어지고 있지만 아직 살만한 수준은 아닌가 보다. 서울에서 중간 소득 가구가 금융기관의 대출을 받아 살 수 있는 아파트는 역대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KB국민은행 11월 월간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 3분기 서울 KB주택구입잠재력지수(KB-HOI)는 2.5로 전분기(2.8)보다 0.3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이 지수를 조사한 2009년 3분기 이래 가장 낮은 것이다.
이 지수는 중위 소득 가구(소득별 5분위로 나눴을 때 3분위에 해당)가 대출을 받아 구입 가능한 주택 재고량을 나타낸다. 주택구입 자금이 집값의 30% 정도 있다고 가정하고, 중위가구의 소득대비 주거비용비율을 33%로 적용해, 20년 만기 원리금상환 기준으로 실제 구입 가능한 주택 재고량을 집계한 것이다. 숫자가 낮을수록 살 수 있는 주택이 적다는 뜻이다.
KB-HOI가 2.5라는 건 우리나라 중간 소득 가구가 은행대출을 받아 정상적으로 살 수 있는 서울 아파트가 하위 2.5%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소득 기준은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적용한다. KB국민은행은 올 3분기 서울의 중위가구 월소득을 571만원으로, 대출가능액을 감안해 구입가능한 주택 가격을 4억2295만원으로 판단했다. 이는 KB부동산시세 일반 거래가 기준으로 계산해 서울 아파트 총 재고량 140만3000채 중 3만4000채(2.5%)에 해당한다.
중간소득 가구의 서울 아파트 구입 능력은 2019년 3분기(20.4) 이래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2020년 1분기 16.2, 3분기 10.4, 2021년 1분기 5.6, 3분기 3.8, 2022년 1분기 2.6으로 빠르게 떨어졌다. 이에따라 서울에서 구입가능한 아파트는 2019년 3분기 28만4000채에서 올 3분기 3만4000채로 3년 사이 8분의1 수준으로 줄었다.
이런 흐름은 경기나 인천 등 다른 수도권 지역도 비슷하다.
지난 3분기 수도권 KB-HOI는 경기 24.2, 인천 35.4로 역시 해당지역 조사 이래 가장 낮았다. 해당지역 중위소득 가구가 소득과 자산 등 경제능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살 수 있는 주택 재고가 역대 가장 낮다.
전문가들은 지난 2019년부터 2021년 3년간 소득 증가율에 비해 주택가격이 너무 빠르게 오른 게 KB-HOI가 계속 떨어지고 있는 원인으로 본다. 올 들어 집값이 하락하고 있지만 아직 충분하지 않고, 낙폭이 커진 10~11월 하락폭도 아직 반영되지 않은 것도 이 지수가 더 낮은 이유다.
11월 기준 ‘주택구매력지수(HAI:Housing Affordability Index)’도 역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HAI는 아파트 기준 전국 82.7, 서울 35.0, 경기 66.3으로 모두 조사를 시작한 2008년 12월 이후 가장 낮다.
이 지수는 중간 정도의 소득을 가진 가구가 대출을 받아 중간 수준의 주택을 산다고 가정할 때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낸다. 중위가구 소득을 대출상환가능 소득으로 나눠 산정하는데, 100보다 낮을수록 무리가 크다는 의미다.
역시 소득보다 집값이 너무 많이 오른 게 이 지수가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이유다.
전문가들은 최근 2~3개월 사이 본격화한 집값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올 4분기부터 주택 구매력 관련 각종 지수들이 다시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9~11월 서울 및 전국 아파트가격은 2.15%, 2.07% 각각 하락했다. 금리인상 추세가 이어지면서 매수세가 거의 사라지다시피해 가격 하락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