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인머스캣 개발한 일본, 해외판매 독점권 놓쳐
2015년 첫 수출 이룬 한국, 중국·일본과 경쟁
한국산, 中보다 품질-日보다 가격경쟁력 갖춰
올해 국내 시장처럼 ‘일정한 품질관리’는 과제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올해 과일 시장에서 최대 이슈로 언급됐던 샤인머스캣. 생산량 급증으로 인한 가격 하락으로 ‘명품 포도’의 위상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왔으나, 여전히 샤인머스캣은 인기 품종이다.
해외에서는 어떨까. 현재 샤인머스캣은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중국산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샤인머스캣을 한 번 맛본 외국인들이 그 매력에 빠지게 되면서 샤인머스캣을 둘러싼 한중일전이 불붙기 시작했다.
‘전쟁의 서막’…독점권 놓쳤다, 日의 최대 실수
사실 샤인머스캣의 해외 판매권은 일본이 100% 소유해야 했다. 이 부분에서 일본이 실수를 저지른 것이 한중일전의 시작이다.
샤인머스캣을 국내 개발 품종으로 알고 있는 이들이 있으나, 샤인머스캣은 일본 국립과수과학연구소에서 개발한 품종으로, 2006년 일본 공식 품종으로 등록됐다. 그러나 일본은 해외시장의 판매 독점권과 품종보호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지적재산권 등록 마감일을 놓쳤다. 국제신품종보호동맹(UPOV) 규정에 따라 신품종은 육성국가에서 국내 등록 후, 6년 이내에 보호를 받고자하는 해당 국가에도 품종보호권을 등록해야만 한다.
황의창 한국포도수출연합 대표는 “일본은 2012년까지 우리나라에 품종보호권을 등록하지 않아 품종보호권이 소멸됐으며, 이에 2014년 국내 묘목업체가 국립종자원에 생산 판매신고를 했다”고 했다. 일본이 등록 기간을 놓치면서 한국은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아도 샤인머스캣의 판매 권리를 부여받은 것이다.
‘가격’ 공격하는 中 · ‘프리미엄’ 고지 선점한 日
이렇게 시작된 우리나라 샤인머스캣 재배는 2015년 첫 수출을 이뤄냈다. 한국포도수출연합에 따르면, 샤인머스캣의 수출액은 2020년 2480만6000달러(약 325억원)에서 2021년 3212만2000달러(약 422억원)로 증가했다. 주목할 점은 샤인머스캣이 국내 포도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동기간 전체 신선 포도 수출액(캠벨 거봉 등 포함)에서 샤인머스캣의 비중은 81에서 86%로 높아졌다.
다만 올해는 사정이 좀 달라졌다. 2022년(1월~10월) 샤인머스캣 수출액은 1540만4000달러(약 202억원)에 그치면서, 지난해보다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수산식품 수출 줌인(Zoom In)’ 보고서 최신호에 따르면, 한국산보다 가격이 30% 가량 낮은 중국산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올해 7~8월부터는 국내 주요 수출국(홍콩, 베트남)에서 한국산 수출 증가세가 둔화됐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합리적 가격의 선호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중국의 가격경쟁력이 영향력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국은 파격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시장점유율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일본은 기존 유통망을 통해 수출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
한국산의 무기…‘가성비+α’
한국산의 위치는 이러한 중국과 일본산의 ‘중간’ 정도이며, 경쟁 무기는 일명 ‘가성비(가격대비 성능)’이다. 국내 샤인머스캣의 주요 수출업체인 에버굿 관계자는 “한국산은 일본산보다 저렴하고, 중국산보다는 맛이 월등하다”며 “아시아와 미국, 유럽까지 총 15개국에 수출을 하고 있는데, 모든 지역에서 수출량이 골고루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황의창 한국포도수출연합 대표는 “비싼 일본산은 일부 고급 판매점에서만 판매된다는 한계가 있는 반면, 한국산은 일본산보다 알과 송이의 크기가 크고 광택도 있어 동남아 시장에서 선물용으로 인기”라고 말했다. 또한 중국산보다는 식품 안전성 측면에서 신뢰받고 있으며, 수확후 4개월 정도 장기 저장할 수 있는 기술이 앞서있다는 설명이다.
김혜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홍콩지사 관계자는 “홍콩에서 중국산은 비교적 당도가 낮고 껍질이 두껍지만, 한국산은 일본산보다 식감과 맛이 더 뛰어나다는 반응도 나온다”고 말했다.
고품질 인식향상 · 일관된 품질관리 필요
품질에 비한 가격 경쟁력은 한국산의 강점이지만, 사실 ‘프리미엄’ 이미지는 일본이 먼저 꿰찬 상태다. 에버굿 관계자는 “맛에서는 일본산과 비슷하나, 브랜드 측면에서는 아직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 즉 해외 시장에서 ‘한국산=고품질’이라는 인식을 확장시켜야 할 과제가 남은 것이다.
포장 상태나 일정한 품질관리도 개선 과제로 언급된다. 김혜진 aT 홍콩지사 관계자는 “간혹 품질이나 포장 상태가 들쭉날쭉한 경우가 있어 이에 대한 개선이 이뤄진다면, 일본산의 수요를 충분히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품질 관리는 국내 판매에서도 불거진 문제다. 최근 경북도청에서 열린 ‘샤인머스캣 경쟁력 강화 간담회’에서는 올해 샤인머스캣의 품질 저하로 수출 포도의 품위 물량이 부족하다는 전문가 지적이 제기됐다. 생산과정부터 철저한 품질관리를 통한 고품질 생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목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