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카이스트(KAIST)와 기관 통합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국원자력의학원 원자력병원이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원자력의학원은 매달 자금 조달이 원활치 않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다보니 직원들의 사기도 땅바닥에 떨어진 상태다. 현재 원자력의학원의 총 부채는 1000억원이 훌쩍 넘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기관인 원자력의학원은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연간 약 600억원을 지원받고 있다. 여기에 원자력병원 자체 수익은 약 1500억원에 달한다. 전체 수익을 합치면 약 2100억원 수준으로 매달 175억원을 쓸 수 있다는 산술적인 수치가 나온다. 하지만 이는 전체 의사, 연구원, 간호사, 행정직원 등 인건비의 반 수준으로 의약품, 진료재료 등 운영비 재료비가 이를 초과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원자력의학원 관계자는 “병원 수익에서 각종 비용이 통상 40% 수준이어야만 운영이 되는데 원자력병원은 보통 60% 수준”이라면서 “일반적으로 병원은 정형외과, 성형외과, 안과, 피부과 등 진료과와 의료수가가 좋은곳이 살아남는데 원자력병원의 경우 인기과 보다는 병리과, 진단검사의학과, 영상의학과, 핵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등 수익을 내지 못하는 진료지원부서가 많다”고 설명했다.
원자력의학원은 매년 정부의 보증을 통해 은행권에서 100억원 수준의 차입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적자폭은 커져가고 있고 현재 의학원장이 공석인 상태로 내년도 차입 관련 논의도 답보상태에 빠져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결국 카이스트와 통합만이 원자력의학원의 새로운 출구전략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연구중심병원이 필요했던 카이스트와 노후된 병원에 대한 신규투자 및 임상과 연구시너지 창출에 목말라있던 원자력의학원이 서로 윈-윈할 수 있다는 이유다.
원자력의학원 관계자는 “복지부 소속이 아니다보니 병원시설 투자가 부족하고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직원들 사기도 떨어지는 악순환”이라면서 “연구중심병원으로 지정되면 정부에서 적극적 투자를 받을 수 있는 명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존 의료계는 카이스트와 원자력의학원이 통합해 의대를 신설하면 의사정원 확대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반대의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카이스트 관계자는 “양 기관 연구협력을 먼저 시작하고 여기서 성과를 내면 통합을 추진키로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와관련 원자력의학원측은 “부채는 회계처리 과정에서 연구개발준비금, 퇴직충당금 등 목적성 비용을 부채로 잡는 기준을 적용한 것으로, 상환이 요구되는 실제 부채 규모는 517억원이며(‘21년도 결산 기준), 이는 다른 공공병원에 비해 높지 않은 수치”라고 해명했다.
또한 “원자력병원과 같이 암 환자 진료를 지속적으로 담당하면서 병원 일부를 코로나 병동으로 개조한 경우, 코로나 전담병원 대비 제한적인 손실보상으로 경영 정상화에 큰 어려움이 뒤따르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