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 불편 이어져
당국도 정상화 목소리
노조, 9시30분 유지 등 다양한 안 거론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단축된 은행 점포 영업시간이 거리두기 해제 이후에도 정상화되지 않고 있다. 금융소비자 불편에 금융당국까지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노사간 협상마저 평행선을 달리는 중이다. 금리 급등으로 인한 예대마진 확대로 은행들이 역대급 성과급을 지급하면서 이들을 향한 사회적 비판은 더욱 거세지는 분위기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은 실내 마스크 의무가 해제되는 즉시 영업시간을 현재 ‘오전 9시 30분∼오후 3시 30분’에서 ‘오전 9시∼오후 4시’로 복구하겠다는 입장을 정했다. 다만 금융노조가 이에 여전히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당장 시행은 어려운 상태다. 은행노조는 사측에 ‘주 4.5일제 근무’ 등을 포함한 여러가지 안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노조는 단순히 영업시간을 되돌리기 보다는 영업시간을 늘리더라도 인력 확대 등 여러가지 이를 상쇄해줄 수 있는 안이 동시에 나와야한다는 입장”이라며 “일단은 버틸때까지 버텨보자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현재 노조 측에서는 마스크 해제 이후 영업시간을 복구하더라도 오전 9시30분~오후4시로 못박는 것도 검토 중이다. 이렇게 될 경우 정상화 전보다 영업시간은 총 30분이 줄어든다.
이처럼 은행 영업점 정상화가 차일피일 미뤄지자 여론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은행권이 이자마진을 통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자 성과급 지급에는 발빠르게 나선 탓이다. 신한은행은 최근 경영성과급으로 기본급의 361%를 책정했으며, 임금인상률 역시 일반직(2.4%→3%)과 리테일 서비스·사무직(3.6%→4%) 모두 높였다. KB국민은행의 성과급은 기본급의 280%로 책정하되 특별 격려금으로 직원 한 사람당 34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NH농협은행은 성과급으로 기본급의 400%를 책정했고 다른 은행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금융소비자 덕으로 성과급을 챙기면서 정작 이들을 위한 행동에는 인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최근 성명서를 내고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도 여전히 은행 영업시간은 단축운영되고 있다”면서 “소비자 불편을 외면하는 은행 영업시간 정상화를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금융당국 또한 최근 들어 이와 관련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거리두기 해제로 국민 경제활동이 정상화되고 있음에도 은행의 영업시간 단축이 지속되면서 불편이 커지고 있다”며 “은행 노사 간 원만한 협의를 통해 영업시간이 하루속히 정상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