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두 배 오르지 않는 이상 금리인하 힘들어”

11조 대출 중 감면액 겨우 2억…카드사도 금리인하요구 유명무실[머니뭐니]
16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은행 대출창구에 금리인하요구권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연합]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금융당국이 서민의 이자부담을 덜기 위해 ‘금리인하요구권’ 활성화를 내건 가운데 은행뿐 아니라 카드사 등 여신전문금융사(여전사)의 금리인하요구권 운영이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용률이 높더라도 감면액이 턱없이 적어서다. 공시를 개선하더라도 궁극적으로 예대금리차 축소 목적이 달성되기 위해선 금융사의 보다 적극적인 심사와 운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9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금리인하요구권 운영공시를 제공하고 있는 8개 카드사(롯데·비씨·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의 지난해 상반기 기준 평균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은 42%로 같은기간 5대 시중은행(40%) 대비 2%p 높았다.

11조 대출 중 감면액 겨우 2억…카드사도 금리인하요구 유명무실[머니뭐니]

하지만 문제는 이자감면액이다.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이 71%로 가장 높았던 신한카드의 경우 이자감면액은 2억3300만원으로 평균(3억8100만원)에도 못미쳤다. 신한카드의 지난해 상반기 기준 가계대출 총잔액이 11조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여신잔액 대비 이자감면액 비율은 0.001%에 불과한 것이다.

수용률과 이자감면액이 모두 낮은 전업카드사는 하나카드였다. 하나카드의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은 28%로 이자감면액은 5800만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하나카드의 총 여신잔액은 3조원이다.

업계에선 2금융권에서 금리인하요구권이 수용되기 더 어렵다고 설명한다. 금리인하 요구가 수용되기 위해서는 신용도 개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포괄적 요인이 모두 포함돼야 하는데 2금융권을 이용하는 차주들의 경우 개선 조건이 충족되기 더 어렵기 때문이다.

여전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사실상 승진을 하거나 연봉이 두 배 오르지 않는 이상 금리인하는 힘들다”고 말했다.

11조 대출 중 감면액 겨우 2억…카드사도 금리인하요구 유명무실[머니뭐니]
[연합]

금융감독원은 이에 은행뿐 아니라 여전사, 저축은행 등으로 범위를 넓혀 금리인하요구권 운영을 활성화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신용도가 높아진 차주들을 대상으로 금리인하요구권에 대해 수시로 안내하고, 실제 금리인하 승인에 활용되는 요건을 충분히 고지하며 비대면 신청률·평균 인하금리 폭까지 공시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은행을 시작으로 각 업권 협회와 협의도 진행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이 여전사만 특별히 더 낮은 건 아니다”며 “최근 금리인하요구권의 경우 비대면 신청이 많다보니 수용률이 더 낮게 나오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전업계는 금융당국의 계획이 실제 금리인하요구권 활성화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라는 반응이다. 당국은 금리인하요구권을 활성화시켜 예대금리차 축소 효과까지 이어지도록 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사실상 금융사들이 수용 장벽을 낮추지 않는 한 힘들 것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리인하 거절 사유를 더욱 명확하게 설명해 소비자들이 더 잘 알 수 있도록 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예대금리 축소로 이어질지는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11조 대출 중 감면액 겨우 2억…카드사도 금리인하요구 유명무실[머니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