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시중은행 15년간 순이익만 100조원…'적자 없는 땅 짚고 헤엄치기'[머니뭐니]
서울 한 거리에 주요 시중은행들의 자동화입출금기기(ATM)가 줄지어 놓여 있다.[연합]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주요 4대 시중은행이 지난 15년간 약 10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금액을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시중은행은 금리와 경기 등락에 상관 없이 단 한 차례도 적자를 기록하지 않았다. ‘은행업은 불황이 없다’는 말이 빈말은 아니었던 셈이다. 막대한 이익은 성과급과 퇴직금 등 은행원의 지갑을 불리는 용도로 사용됐다.

15년간 순이익 94조6000억원…코로나·고금리에 수익 증대

20일 헤럴드경제가 주요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최근 15년(2008년~2022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 은행이 15년간 벌어들인 순이익은 총 94조6000억원으로 약 10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은행은 각각 같은 기간 한 해 평균 약 1조5700억원가량의 순이익을 거뒀다.

연도별로 순이익 규모는 오르내림이 있었지만, 4대 시중은행은 단 한 차례도 적자 영업을 기록하지 않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로존 재정위기 등을 거치며, 국내 기업들은 업황이 오르내리고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은행만큼은 ‘무풍지대’였다.

4대 시중은행 15년간 순이익만 100조원…'적자 없는 땅 짚고 헤엄치기'[머니뭐니]
서울 한 시중은행을 찾은 시민이 창구 업무를 보고 있다.[연합]

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에 따른 예대마진이 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기준금리 오르내림은 순이익 증감에 영향을 미쳤지만 그렇다고 손해를 보는 일은 없었다.

기준금리가 높아진 시기에는 대체로 순이익 규모가 증가했다. 약 1년 만에 기준금리가 1%포인트(p)가량 상승해 3.25%까지 올랐던 2011년, 4대 은행이 거둔 순이익은 7조4000억원으로 15개년 평균(6조3000억원)보다 1조원가량 높았다. 지난해 거둔 12조원대의 ‘사상 최대 실적’ 또한 금리 인상 덕을 톡톡히 봤다.

그러나 1%대의 저금리 기조를 유지했던 2015년 이후에도 은행의 순이익은 꾸준히 상승했다. 저금리에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 수요가 급증하며, 이자 수익 기반이 넓혀진 영향이다. 여기에 2019년 말 시작된 코로나19 확산 또한 은행권에는 긍정적 요소로 작용했다. 코로나19에 따른 기업 운용자금 수요, 생활자금 수요 등이 몰리며 기업과 가계대출 규모가 모두 확대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 은행들은 저금리 상황이든 고금리 상황이든 금리 여건 변화에 상관없이 막대한 이자이익을 챙겼다. 실제로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기 이전인 지난 2021년 국민은행은 이자이익으로만 7조7200억원을 챙겼으며,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우리은행 역시 각각 7조2800억원, 6조1500억원, 5조9200억원의 이자이익을 기록했다.

금리 인상 기조가 가팔라졌던 지난해에는 이자이익이 각 은행별로 20% 가까이 폭증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7조4100억원의 이자이익을 올려 전년대비 25.3% 늘었으며, 국민은행은 9조2900억원(20.2% 증가), 신한은행은 8조4700억원(16.3% 증가), 하나은행도 7조6000억원의 이자이익을 기록해 증가율이 23.7%에 달했다.

더 이상 ‘사회공헌’도 해답 안 돼…은행권 대대적인 변화 예고

문제는 이같은 흔들림없는 ‘흑자’ 영업을 유지해온 은행권의 영업 구조가 해외 주요 투자은행과 달리 이자이익에 집중돼있는데, 코로나19 및 고금리와 같은 어려운 상황에 맞춰 순이익이 크게 늘었고 이를 ‘자기 배불리기’에 썼다는 점이다.

실제 주요 시중은행들이 최근 타결된 2022년 임단협 협상에서 임금인상률이나 성과급 지급 규모를 전년보다 확대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올해 일반직 임금상승률은 지난해 2.4%에서 올해 3%로 높이는 등 임금 인상률과 성과급 지급률을 올렸다. 은행이 정부 라이선스를 받아 과점 구조로 영업을 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특혜인데, 이를 통해 얻은 이익 대부분을 성과급이나 희망퇴직 등 몸값 높이기에 치중하고 있다는 얘기다.

4대 시중은행 15년간 순이익만 100조원…'적자 없는 땅 짚고 헤엄치기'[머니뭐니]
1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 진단 및 향후 과제’ 세미나에 참석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발언하고 있다.[연합]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와 관련 “당국이 은행의 과점적 문제를 제기할 때마다 번번이 그런 방식(사회공헌)으로 답변이 있었다”며 “금리 상승기에 수십조 단위의 이익을 낸 은행이 약탈적이라고 볼 수 있는 비용 절감과 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정점에 와 있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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