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폼팩터’, LG ‘투명’ 승부수
[헤럴드경제=김민지·김지헌 기자] 중국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의 초격차를 유지를 위해 ‘EX(차세대)-OLED’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EX-OLED란 응용 제품의 확대(Extend), 시장의 확장(Expand)의 약자로, 기존 제품 대비 고휘도·장수명 등 특성이 확장된 OLED 및 응용제품을 뜻한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각각 ‘새 폼팩터’와 ‘투명OLED’로 새로운 시장 발굴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강민수 옴디아 수석은 21일 오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3년 디스플레이 기술로드맵 발표회’에서 “OLED 시장은 한때 한국 기업들이 100% 점유율을 차지한 적도 있었지만 점점 중국 등에 잠식을 당하고 있다”며 “아직은 한국이 폴더블 등 차별화된 기술을 기반으로 선두를 유지하고 있지만(중국에 빼앗긴) LCD 시장의 선례를 기억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박영호 KEIT(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PD는 “한국이 8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지만, CAPA(설비투자) 관점에서는 중국이 중소형 제품에서 한국과 거의 동등한 수준까지 올라왔다”며 “한국이 R&D 투자나 새로운 시장을 찾는데 머뭇거린다면 중국이 바로 추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디스플레이 시장은 지난해 기준 150조원 규모로 LCD(54%)와 OLED(36%)가 양분하고 있다. 옴디아에 따르면, OLED·마이크로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매출은 연평균 9% 증가, 오는 2029년에는 전체 디스플레이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할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한국 기업이 OLED 시장 주도권을 잡고 있지만 중국이 매섭게 추격해오고 있다. 업계는 대형 OLED의 경우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이 중국과 비교해 4~6년의 격차를 유지하고 있지만, 중소형의 경우 2년 정도로 좁혀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는 여준호 LG디스플레이 그룹장과 조성찬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이 연사로 나와 미래 먹거리인 OLED 시장에서의 기술 선점을 위한 전략을 공유했다.
여준호 그룹장은 LG디스플레이가 전세계 유일하게 개발하고 있는 투명 OLED를 통한 시장 확장 가능성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투명 OLED를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사업적인 관점에서 실생활에 접목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투명 디스플레이는 새로운 시각적 공간, 광고 영역을 창출할 수 있고, 혁신적인 디지털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밸류(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기준 55인치 외 30인치 사이즈의 투명 OLED 제품이 출시되고, 연말 쯤에는 70인치 제품 출시도 가능할 것으로 검토된다”며 “조만간 45%의 투명도 제품도 출시될 예정”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조성찬 부사장은 ‘개인화된(personalized) 모빌리티’ 구현을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시장을 찾지 못하면 더 이상 확대가 불가능하다는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있다”며 “새로운 폼팩터 시대를 열어야, 언제 어디에서나 디스플레이를 볼 수 있는 개인화된 모빌리티의 시대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태블릿,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등 작고 가벼운 IT가 중요한 시장”이라며 “여태까지 OLED가 도입되지 못했던 IT 기기 시장을 전부 OLED로 만들어가겠다는 것이 방향”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20일 미래산업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연도별 신성장 4.0 전략 로드맵’ 등을 발표했다. 디스플레이 분야를 올해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고 오는 6월 세계 1위 재도약 전략을 제시할 예정이다. 2027년 Ex-OLED 상용화, 2030년 무기발광 디스플레이 상용화 등이 목표다.
확실한 초격차 유지를 위해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병욱 동진쎄미켐 부사장은 “5년의 기술 격차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산업적으로 봤을 때 5년 이상의 격차를 보여야 진정한 초격차”라며 “중국 기업에서 정부 지원금을 많이 받아서 원가 경쟁력을 갖추었을 때 그 원가 경쟁력을 뛰어넘을 수 있는 제대로 된 기술 격차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 어떤 서포트를 해주느냐에 따라서 진정한 초격차는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