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에서 전대 판 흔들려는 이준석…김기현·안철수 동시 때리기
김기현 ‘투기 의혹’ 땅 현장검증 안철수 ‘알바 동원 의혹’ 부풀리기
金 安 측, ‘무시’ 전략…“전 대표가 약올리려는 것 뿐…상대 안 해”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레이스가 반환점을 지난 가운데, 이준석 전 대표가 다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김기현 후보 ‘부동산 투기 의혹’ 현장을 직접 방문하는가 하면, 안철수 후보가 합동연설회에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세몰이에 나섰다고 주장하는 등 활발한 공중전을 펼치는 모양새다. 장외에서 끊임없이 판을 흔들려고 드는 이 전 대표에 대해, 당권 주자 캠프에선 ‘무시가 답’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이준석 “안녕하세요. ‘김기현 서포터즈’입니다”…비꼬기 나서
이 전 대표는 최근 자신을 ‘김기현 선거캠프 서포터즈’라고 소개하며 ‘비꼬기’에 나섰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3일 김 후보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진 토지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이날 SNS에 “임도를 따라 다녀왔는데 목장을 할 목적으로 구매한 임야는 아닌 것 같다”며 “지역주민들 말을 들어보니 이 지역은 소 한 마리 키우는 사람도 없다고 한다”고 밝혔다. 김 후보의 토지가 등기부등본에 ‘임야’와 ‘목장’으로 혼재돼 등록되어있는 점을 공격한 것이다. 김기현 후보 캠프 측은 “김 후보가 마치 목축업이나 목장을 하기 위해 해당 임야를 매입한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다”고 해명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2일에도 더불어민주당 대전광역시당이 김 후보를 비판하는 현수막을 건 것을 두고 “민주당 관계자들이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김 후보가 95% 할인된 가격에 땅을 넘기면 특검의 대상은 김 후보가 아니라 제가 된다”며 “성급하게 특검법을 내지 말고 조금 기다려라. 땅을 양도받으면 제가 당당하게 수사 받겠다”고 했다.
‘친윤계’ 세력을 비판해오던 이 전 대표의 화살은 언제나 김 후보를 향했다. 이 전 대표는 김 후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보다 이른바 ‘윤핵관’ 의원들에 대한 비판을 주로 했지만, 김 후보가 ‘대선에서 압승할 수 있었는데 0.73%포인트 차이로 가까스로 이긴 것은 이 전 대표 때문’이라는 주장을 펼치라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이들은 지난해 대선 국면에서 당대표와 원내대표로 합을 맞췄다.
‘구원관계’→‘톰과 제리’ 안철수-이준석, 이번엔 아르바이트생 동원 논란
이 전 대표는 지난 24일 SNS에 “톰, 아무리 그래도 연설회장에 아르바이트는 쓰지 말자”며 유튜브 영상을 공유했다. 영상을 제작한 유튜버는 “알바몬 채용공고에 ‘전당대회 합동연설회 지지 아르바이트’가 올라와 공정하고 상식적으로 안 후보 지지 알바를 하고 왔다”고 밝혔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7년 차 권리당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표가 나서자 ‘천아용인’의 천하람 당대표 후보도 거들었다. 천 후보는 이날 SNS에 “안 후보의 전당대회 동원 아르바이트 논란은 우리당 선거제도의 맹점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라며 “안 후보의 문제가 부각됐지만, 실은 김 후보와 ‘친윤’을 자처하는 최고위원을 지지해 달라는 문자들이 대량으로 발송되고 있는 것도 짚어봐야 할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천 후보는 “이기인 후보가 처음 제시했던 ‘전당대회 비용 보전제’ 공약을 주목해야 한다”며 “그래야 민주당 권리당원에게 알바비로 6만원을 쥐어주거나, 우리 당원들에게 시도때도 없이 ‘투표지령’을 내리기 전에 한 번이라도 더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관계는 ‘곽튜브-빠니보틀’의 관계로 알려져있다. 유튜버 ‘빠니보틀’은 구독자 153만명을 보유한 여행 유튜버로, 유튜버 ‘곽튜브’는 ‘빠니보틀’ 채널에 출연하던 유튜버 곽준빈씨가 독립해 만든 채널이다. ‘곽튜브’는 현재 구독자 136만명을 확보하며 선전하고 있다. ‘빠니보틀’이 ‘곽튜브’에게 유튜브 활동을 제안한 것처럼, 자신이 천 후보를 당대표 선거에 이끌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약올리기 상대할 시간 없다”…與 당권주자들 ‘무시’ 전략
당권주자는 아니지만, 당권주자 만큼 바쁜 이 전 대표를 두고 당내엔 비판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이 전 대표의 ‘표적’이 된 김기현, 안철수 후보 캠프 측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양 후보 측 캠프는 ‘무대응’ 입장으로 일관할 계획이다. 김기현 후보 측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전 대표가 후보를 약올리는 데에 끌려 다녀서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며 “김 후보가 자체적으로 열심히 의혹을 해소했고, 이제 그 문제에 대해선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앞서 해명 기자간담회에서 황교안 후보의 문제제기가 더 이상 문제를 제기할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안철수 후보 측 관계자도 본지와 통화에서 “이 후보, 저 후보에 논란만 지피고 다니는 이 전 대표의 발언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있냐”며 “해당 유튜버 영상이 그렇게 파급력이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무시가 답’이라는 생각이고, 선거가 막바지에 이른 만큼 캠프는 안 후보의 강점인 정책을 강조하는 데 힘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내에서도 이 전 대표를 향한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초선의원은 “당대표 후보가 천하람인지 이준석인지 모르겠다”며 “지원사격을 하기로 했으면 지원을 해야지 자기가 더 나서서 자기 정치를 하려고 하면, 모두에게 안좋은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