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개업공인중개사 영업정보 공개확대 계획’
중개사들 “기본권 침해 소지 있어”
법조계도 이중처벌 가능성 등 문제제기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 국토교통부가 전세 사기 예방을 위해 부동산들의 행정처분을 포함한 영업정보를 일괄적으로 공개하겠다고 하자 중개사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소수 공인중개사의 일탈을 근거로 전체 공인중개사를 범죄자 취급하고, 보도자료에 ‘위험중개사 선별’ 등 단정적인 용어를 써가며 공인중개사들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5일 공인중개사 업계에 따르면 공인중개사협회는 국토교통부에 ‘개업공인중개사 영업정보 공개 확대 계획’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협회도 전세사기를 근절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하면서도 국토부가 추진하는 계획이 공인중개사들의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항변했다.
협회 관계자는 “전세 사기를 예방하겠다는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방식이 지나치게 과해 위헌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며 “자동차를 운전하며 실수로 과태료를 물었다고 해서 ‘위험운전자’가 아니다. 중개사가 사소한 실수로 과태료를 물었다고 ‘위험중개사’라 단정하고 이를 공개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약 협회나 업계 의견을 무시하고 국토부에서 밀어 붙이기를 할 경우에는 헌법소원 또는 행정명령 집행정지 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서는 것 까지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공인중개사협회 서울 소재 지역 한 지부장도 “택시에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범죄가 발생했다고 모든 택시 앞에 운전자의 전과를 써붙이고 다니라는 것과 똑같다”며 “공인중개사 아닌 변호사, 의사 등 다른 자격증 소지자에게는 왜 행정 처분을 공개하라고 하지 않는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취재 결과, 법조계에서도 해당 대책이 위헌의 소지가 매우 크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미 잘못에 대해 행정 처분을 받았는데 이를 따로 공개해 낙인을 찍고 영업에 지장을 주겠다는 것은 헌법이 금지하고 있는 이중 처벌의 문제도 있어 보인다는 지적이다. 또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는 만큼 국회의 논의를 거쳐 법률을 따로 만드는 등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대형 로펌의 헌법 전문변호사는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행정행위의 경우 달성하려는 공익과의 관계에서 실익을 따지기 위해 법률로 명시해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해당 정책은) 위헌의 소지가 커 보인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토부는 지난 2월 ‘전세 사기 예방 및 피해 지원방안’의 후속 대책으로 “위험중개사 등을 선별할 수 있도록 개업중개사의 상세 영업정보를 추가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최근 각 구청은 중개사협회에 공문을 보내 ‘개업중개업소 영업이력 정보 제공(공개) 동의서’를 취합 중이다.
중개사들이 동의서를 작성하는 경우 이들의 최초 개업, 폐업, 이전, 휴업기간이 공개된다. 또 동의서를 작성한 이후(5월 1일부터) 업무 정지, 등록 취소 등 행정 처분을 받은 내용 또한 안심전세 앱 또는 서울부동산정보광장 등에 공개될 예정이다.
만약 동의를 하지 않는 특정 공인중개사는 ‘정보제공 미동의로 인한 제한적으로 정보가 제공됨’이라는 안내문구를 포함시킨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