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신축 단지, 환매 조건 내걸어

미입주 물량 압박감에 공격적 마케팅

“자구노력 차원…선분양자와 협의도 필요”

“집값 빠지면 다시 사줄게요” ‘눈물의 땡처리’ 10년 만에 재등장 [부동산360]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분양시장의 침체가 깊어지자 2010년대 초 활발했던 ‘미분양 털기 마케팅’이 재차 등장하고 있다. 아파트 분양의 금기로 여겨진 할인 분양을 실시하거나 시세가 떨어질 경우 건설사가 다시 사들인다는 조건까지 내거는 환매 마케팅마저 등장하고 있다.

1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내후년 입주 예정인 대구 수성구 ‘수성 포레스트 스위첸’은 미분양물량 처리를 위해 입주 2년 후 집값이 하락하면 시공사에서 매수하는 환매조건을 내걸었다. 미분양이 절정이던 2010년대 초에 나왔던 ‘애프터리빙(After-Living·분양조건부 전세)’ 마케팅이 10여년 만에 유사한 방식으로 재등장한 것이다.

이 아파트는 추가 할인조건 등이 적용되면 기존 분양자에게 소급 적용하는 ‘안심보장제’ 등도 진행 중이다.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2025년 1월부터 2년 살고 (시세 하락 시 환매를) 결정할 수 있고, 조만간 계약금은 5%만 내면 계약금 정액제, 1000만원 상당 취득세 지원 적용 여부도 결정된다”며 “상당히 좋은 조건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사례는 ‘미분양 무덤’ 대구 곳곳에서 목격된다. 파격조건을 제시하는 곳이 여럿이다. 기존 계약자가 미분양 발생에 계약 취소를 요구하며 난동을 피운 ‘모델하우스 난동 사건’으로 유명한 대구 수성구 ‘만촌 자이르네’는 17~25% 할인 분양과 중도금 무이자, 계약금 정액제, 기존 분양자 할인 적용 등에 나섰다. 달서구 두류동 ‘두류역서한포레스트’는 기존 분양가에서 15% 할인 분양, 수성구 범어동 ‘범어자이’는 계약금 정액제와 중도금 무이자 등을 내세워 입주 전까지 추가 자금 부담이 없다고 홍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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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신천대로 동신교진출램프와 청구네거리 사이 아파트 밀집 지역 전경 [헤럴드경제DB]

수도권도 예외는 아니다. 경기 파주시 ‘운정 푸르지오 파크라인’ 아파텔은 미분양 발생에 계약자에게 최대 2억원까지 할인 분양하는 결단을 내렸다. ‘LH 고가 매입’ 논란이 있었던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최초 분양가에서 30% 이상 할인가로 9차 무순위 청약에 나섰다.

이런 공격적인 마케팅은 건설업계에 미입주물량 증가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주택 수는 7만5438가구로, 전월(7만5359가구)보다 0.1% 늘었다. 미분양주택 증가율은 지난해 9월부터 두 자릿수를 이어오다가 완화했지만 예정된 분양물량 등을 고려하면 반등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8554가구로, 전달(7546가구) 대비 13% 증가했다. 이에 자금력이 약한 중소 건설사들의 경영악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당분간 곳곳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배경이다. 정부는 미분양 해결과 관련해 건설사들의 자구책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선 건설사의 미분양 마케팅이 기존 분양계약자에 대한 형평성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과거 건설사가 미분양 할인판매를 할 때 할인액만큼 돌려주지 않아 기존 입주자들과 갈등을 빚는 사례도 심심찮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 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시행사들이 자금 어려움을 겪다 보니 부도를 막기 위한 자구노력으로 할인분양에 나섰는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혜택이 늘어나는 것”이라며 “할인혜택을 받지 않은 선분양자가 있으면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지 않도록 시행사가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해 협의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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