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시스템반도체 1등 목표’ 7년 안에 될까…대만·일본 격차 보니 [비즈360]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모습[삼성전자 제공]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글로벌 시스템반도체 1등을 목표로 내건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이 발표된 지 30일로 4주년이 된다. 시스템반도체 시장 지배력과 관련된 ‘깜짝 반전’이 아직 나오진 않았지만, 세계 최초·첨단 기술력을 선보이며 꾸준한 ‘질적 성장’으로 교두보를 마련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9년 4월30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서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확실히 1등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회장은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생산·연구개발에 133조원을 쏟아붓겠다고 밝힌 바 있다.

29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칩 위탁생산) 1위인 TSMC의 지난해 4분기 기준 시장 점유율은 58.5%이다. 삼성 파운드리(시스템LSI사업부 포함)는 15.8%를 기록했다. 두 회사 격차는 42.7%포인트이다.

이는 4년전인 2019년 1분기 기준 점유율 격차보다 더 벌어진 수준이다. 당시 자료에 따르면, TSMC의 점유율은 48.1%, 삼성은 19.1%였다. 이때 격차 수준은 29%포인트였다.

4년간 TSMC의 점유율은 10.4%포인트 가량 올랐고, 삼성의 점유율은 3.3%포인트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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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중순 대규모 시스템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된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일대 모습. [연합]

4년간 삼성 파운드리의 시장 점유율은 하락했지만, 업계에선 회사의 질적 경쟁력이 강화됐다고 평가한다. 최첨단 기술인 3㎚(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칩을 TSMC보다 앞서 선보인데다, 세계 최초 게이트올어라운드(GAA) 트랜지스터 기술을 적용해 이를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 열린 올해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 관계자는 “(3나노 칩을) 안정적인 수율로 양산 중에 있다”며 “또 2세대 공정 역시 1세대 경험을 토대로 양산성 높은 공정으로 차질 없이 개발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2025년 2나노 양산, 2027년 1.4나노 양산 역시 무리없이 진행될 수 있다는 평가다.

지난달 중순 발표한 용인 지역 대규모 반도체 투자 역시 주목되는 부분이다. 당시 삼성전자는 경기 용인시에 300조 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의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를 짓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국내에 신규 반도체 단지 건설을 발표한 것은 2014년 평택캠퍼스 이후 이번이 9년 만이다. 이곳에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해, TSMC를 제칠 교두보를 확보하겠단 설명이다. 시장조사업체인 옴디아에 따르면 현재 TSMC가 운영 중인 13개 팹(공장) 생산능력을 8인치 웨이퍼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월간 약 336만 장에 이른다. 이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생산능력(월 120만 장)의 3배에 이르는 물량이다. 그만큼 생산설비 확충을 통한 파운드리 기술력 우위 확보가 삼성의 당면 목표로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효한 대규모 투자가 집행됐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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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2억 화소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HP2 [삼성전자 제공]

4년간 시스템반도체의 질적 성장도 눈에 띈다. 삼성은 시스템LSI사업부를 통해 이미지센서와 AP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스마트폰 이미지 센서(빛을 디지털 신호로 바꿔주는 시스템반도체) 시장 점유율(카운터포인트리서치 자료)은 삼성이 지난해 기준 29%를 차지했다. 이 시장 글로벌 1위인 일본의 소니는 54%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3년 전인 2019년 연간 기준으로 소니는 57.2%, 삼성은 27.8% 수준이었다.

이 기간 삼성의 점유율이 소폭 상승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업계 최초로 1억화소 이미지센서를 선보인 이래 신제품을 잇달아 내놓으며 초고화소 시장에서 리더십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초고화소 센서 기술을 집약한 이미지센서 ‘아이소셀(ISOCELL) HP2’를 출시했다. 이 이미지센서는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시장 개척에 나선 2억화소 이상 초고화소 센서에 신기술을 적용해 화질과 촬영 성능을 최대한 개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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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엑시노스1380 모습[삼성전자 홈페이지 캡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역시 선전이 기대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4분기 세계 AP 시장에서 삼성전자 엑시노스는 8%의 점유율(출하량 기준)로 5위를 기록했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2018년 연말 기준으로 당시 삼성의 스마트폰 AP 시장 점유율(출하량 기준)은 12%로 전체 4위를 기록한 바 있다.

순위는 다소 하락했으나 첨단 기술 경쟁력 강화를 지속하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삼성의 스마트폰 차기작인 ‘갤럭시 S24’에 삼성의 AP인 ‘엑시노스2400’이 탑재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러면서 “이번 엑시노스2400은 4나노 ‘저전력 퍼포먼스’(LPP) 노드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고 관측했다. 대만 TSMC가 주도해온 패키지 기술인 ‘팬아웃웨이퍼레벨패키지(FOWLP)’ 기술이 엑시노스2400 양산에 최초로 도입될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면서, 성능 향상 관측도 제기된다.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모바일 AP는 다른 경쟁업체와 달리 나홀로 성장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갤럭시A 시리즈에 꾸준히 탑재되고 있는 엑시노스 850·1080·1280 등이 판매가 지속된 영향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삼성전자 시스템LSI의 올해 1분기 모바일 AP 출하량은 1910만대로 전년 동기(1630만대) 대비 15%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양적인 지표로 나타나진 않았지만 삼성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지속 선보이며, 대만·일본 등에 위치한 경쟁사를 역전할 발판을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 ‘시스템반도체 1등 목표’ 7년 안에 될까…대만·일본 격차 보니 [비즈360]